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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 웹진 5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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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재생 전략계획 및 활성화 계획을 앞다투어 수립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 홍대 인근, 경복궁 인근의 서촌,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과 같은 소위 뜨는 동네에서 주민간 갈등 사례가 잇달아 언론에 조명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도시정책의 야누스의 두 얼굴은 단연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원래 젠트리피케이션은 2차 세계대전 후 런던 서부 도심의 쇠퇴한 노동자 주거지역이 중산층 이상 계층의 유입으로 상류층 주거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지가 및 임대료가 상승하여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도심 근린의 사회적 변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1964년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도시사회학자 Ruth Glass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그녀는 당시 런던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도시 내 주거지의 변화와 계급투쟁을 연관시켰다. 이후에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은 확장이 되어 도시의 쇠퇴한 상업지역에서 보헤미안 스타일의 카폐, 예술가의 공방, 갤러리 등의 유입으로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지가 및 임대료가 상승하여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게 되고 원래 있던 소상공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것도 포함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서울 도심의 소위 뜨는 동네는 대부분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최근에 젠트리피케이션은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재개발, 개발업자 주도의 재개발, 예술가 등 민간 주도의 재개발 등을 통해서 가속화되기도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의 강제 내지 선택적 이주를 초래해서 도심 근린의 사회적 구성을 변화시키고 근린 공동체의 근간을 훼손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도시 스프롤을 억제하고 도심 활력의 기제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도시정부는 어떻게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그 긍정적 영향을 확대시킬 것인지를 지금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젠트리피케이션과 함께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는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의 개념은 영국에서 1950년대에는 재건(reconstruction)으로, 1960년대에는 재활성화(revitalization)로, 1970년대에는 재정비(renewal)로, 1980년대에는 재개발(redevelopment)로, 1990년대에는 재생(regeneration)으로 진화되었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목적이 주로 생활여건의 개선에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도시재생은 도시의 쇠퇴한 지역에서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치중한 도시 재개발과는 달리, 커뮤니티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파트너쉽을 구성하여 물리적 및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제고함으로써 커뮤니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재생전략으로서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활용하기도 한다. 도시재생정책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쇠퇴한 커뮤니티에서 물리적 환경의 개선, 소득 및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소득의 분배가 사회계층 간에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루지고 않고 창출된 일자리의 유형과 성격이 특정한 사회계층에만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중앙정부나 도시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은 간혹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초래하면서 도심에서 원주민 또는 소상공인의 강제 내지 선별적 이주를 유발시켜 사회적 이슈화되기도 한다.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서 소외된 문화에 의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재생지역은 그라피티를 이용한 저항의 공간으로 재현될 수 있다. 도시정부는 도시재생의 긍정적 영향 뿐만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함께 고려하여 도시재생정책을 양면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 인근에서 일어나는 도심 근린의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원래 이 일대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문전성시사업)을 통해서 정부 및 대구시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이 도심의 낙후된 방천시장의 빈 점포를 저렴하게 임대하여 입주하고 공방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침체된 방천시장의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 곳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방천시장 인근에 김광석 거리가 만들어지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도심의 관광명소로 입소문이 나게 되었다. 이후 이 일대의 점포의 임대료는 치솟게 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 또는 소상공인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사업 초기에 김광석 거리를 따라서 예술가들의 공방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었지만 치솟은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예술가들도 다른 곳으로 선별적 이주를 하게 되었고 현재 상업적 카폐 내지 음식점이 이들 공방을 대체하여 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의 시장 상권의 재활성화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도시재생에 기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면서 원주민, 소상공인, 예술가를 이탈시켰고 결국 본래의 방천시장 커뮤니티를 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000년대 이후 도시재생의 핵심은 커뮤니티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도시재생은 물리 및 환경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치중되어 있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세 개의 기둥 간에 불균형이 심화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물리 및 환경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호작용, 사회적 자본,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가 정신, 사회적 책임투자, 사회통합에 대한 많은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 영국 및 서구 유럽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한국적 담론을 시작할 시점이다.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전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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