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22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01-09
독일의 브레멘(Bremen)과 라이프치히(Leipzig) 그리고 뉘른베르크(Nürnberg), 세 도시는 함께 ‘코오프슈타트’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도에 유럽연합(EU)에서는 연합 내의 27개국의 도시 개발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유럽 도시 헌장’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헌장은 낙후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통합적인 도시 개발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면서 8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습니다. 코오프슈타트도 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코오프슈타트는 ‘협력하다’라는 독일어 동사인 ‘Kooprieren’의 Koop, 그리고 ‘도시’를 의미하는 명사 ‘Stadt’가 더해진 합성어로 서로 협력하는 도시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브레멘과 라이프치히 그리고 뉘른베르크 지역은 그 위치는 서로 다르지만 도시의 규모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 도시는 함께 새로운 지식을 배워 나가며 경험과 지식을 다른 도시 및 기관과 나눕니다. 그리고 혁신적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세 개의 주제 영역과 공동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이들 도시 간 협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레멘의 도시재생
우선 브레멘은 중세 유럽 ‘한자(Hansa) 동맹’의 주요 도시였고 오랜 세월 항구 도시로 발달 하였으나 1970년대 이후 항구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의 전통적인 산업도 함께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도시의 구조 변화를 통해 과학 및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습니다. 이는 산업과 과학 진흥을 통한 도시재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브레멘은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Overseas City’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에 항구로 쓰이던 지역을 2001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단계별로 바꾸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브레멘은 지식 산업 및 과학 진흥 분야에서 크게 성장하게 되었고 해당 지역은 새로운 산업 단지로 성장하여 도시 성장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외에도 강변 지역에 상업 시설과 미술관, 공공시설들을 개선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였습니다. 브레멘은 2008년 선정한 ‘브레멘! 살기 좋은 도시네트워크(Bremen! Lebenswert–urban–vernetzt)’를 표어로 삼아 2020년까지의 장기 도시재생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며 도시 개발의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도시재생의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도시 외곽 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브레멘의 'Koopstadt'는 작은 것에서부터 본보기를 찾으려 합니다.>
출처 : http://testkoopstadt.nuernberg.de/das-projekt-koopstadt/
라이프치히의 도시재생
라이프치히는 중부 유럽 교통의 요지로 중세 시기부터 상업 도시로 발전 하였고 15세기에 시작된 무역 박람회는 오늘날까지도 독일 최대의 무역박람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독일의 인쇄 및 출판 산업의 중심지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철강, 기계 화학, 섬유 공업 등이 발달 하였습니다. 이후 산업의 침체와 도시의 쇠퇴 및 인구 감소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 라이프치히는 적극적인 도시 재생을 통해 상업지 재생과 첨단 글로벌 기업의 유치 등에 성공하여 도시 재건을 이루게 됩니다.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 이전에 동독에 속한 도시였습니다. 통일 이후 동독경제는 심각하게 붕괴되었으며 동독의 모든 도시들이 그랬던 것처럼 라이프치히도 높은 실업률과 인구의 유출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치히는 동독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도시재생을 수행한 사례로 꼽힙니다. 라이프치히는 먼저 자동차 산업과 부품 제조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 도시재생의 동력을 마련하였고, 과거 석탄 산업이 발전하였던 특징을 이용하여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키웠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연구 기관들과 기업 산하의 연구소가 라이프치히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라이프치히는 박람회로 유명한 도시였습니다. 라이프치히 박람회는 1497년 황제로부터 주최권을 교부 받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박람회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활용하여 이 도시는 많은 박람회와 컨벤션 센터를 유치하였습니다. 또 도시의 확장으로 인한 구도심의 쇠퇴라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도심의 주거지와 상업 지구를 함께 되살리기 위한 여러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을 진행하였습니다. 낡은 건축물과 도심 건축물의 쓸모를 살리기 위해 시에서 직접 마케팅과 컨설팅을 추진하였고 이를 통해 150채 이상의 건물이 지원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시재생을 위한 가치가 있지만 리모델링을 하지 못한 건물들은 낮은 비용으로 문화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심 공장이었던 라이프치히 면사방적공장 건물의 재활용입니다. 이 공장은 모두 13개의 갤러리와 아틀리에, 로프트주택 등을 갖춘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낙후되었던 옛 공간은 매력적인 상업 지역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라이프치히의 'Koopstadt'는 분명하고 전략적입니다. 주제별 공간적인 분야에 집중 하였습니다.>
뉘른베르크의 도시재생
뉘른베르크는 독일 남동부의 바이에른 주에 속한 도시입니다. 이곳은 나치의 거점이었고 전범 재판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도시입니다. 뉘른베르크에서는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으며 1935년 9월에는 뉘른베르크법이 제정되어 인종차별과 유대인 학살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에른 주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도시는 유럽연합이 동쪽으로 확장하면서 지리적으로 유럽 경제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는 생산 및 첨단 기술 분야가 발전하였고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 컨설팅, 시장 조사 및 시설 관리에 강점을 두고 크게 성장했습니다. 또한 도시에 남은 나치와 학살의 기억을 책임감 있게 다루며 ‘평화와 인권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다졌습니다. 이에 더해 뉘른베르크는 집중적인 워크숍과 포럼을 통해 개발 필요성과 기회가 높은 여섯 개 지역을 선정하여 이들 도시를 통합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하였습니다.
<뉘른베르크의 'Koopstadt'는 일명 ‘Dachmarke’.
여섯 개 도시를 하나의 지붕 아래에 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듯 독일의 세 도시는 도시재생에 접근하는 방식과 그 경로가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목표는 같았습니다. 그리고 ‘코오프슈타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은 도시 개발의 방법 및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각 도시는 서로에게 배우며 새로운 동기들을 얻었습니다. 목표 또한 끊임없이 다시 설정되었습니다. 이제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은 하나의 유행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실제로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스스로 지속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세 도시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정말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원한다면 도시재생의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져나가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1. http://www.koopstadt.de
대구 창의 도시재생 글로벌 기자단(D-UrbanFD). 김 민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