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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터누가, ‘파란’ 하늘을 되찾다

[ 웹진15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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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했던 채터누가
 미국 남동부 테네시 강(Tennessee River) 인근에 위치한 인구 15만 명의 작은 도시 채터누가는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로 악명 높았습니다. 자동차들이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녀야 할 정도로 거리 전체가 흐렸다고 합니다. 1년 365일 가운데 안개가 낀 날이 150일이 넘었고, 인근 공장에서 날아온 매연으로 인해 폐렴환자의 수가 미국 평균의 세 배가 훌쩍 넘었을 만큼 나쁜 대기질로 악명이 높은 도시가 바로 채터누가였습니다. 

 이러한 대기오염을 일으킨 원인은 테네시 강 주변에 빼곡히 들어서 있던 공장 때문이었습니다. 자연자원이 풍부했던 까닭에 이곳은 미국의 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번창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터누가는 석탄과 철, 석회암 같은 자원을 활용해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산업도시가 됐습니다. 도시에는 핵발전소가 들어섰으며 철공소와 화학 공장, 섬유 공장들이 대거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1950, 60년대를 거치며 대기오염이 심각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채터누가 지역에 머무르게 된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들이 배출하는 배기가스는 그 오염을 가중시켰습니다. 미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통보를 받고 나서야 마침내 채터누가시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채터누가의 ‘대기오염억제국‘ 설치
 오염문제는 늘 우리에게 심각하게 다가오지만 70년대의 미국 상황을 고려하면 그것은 단지 채터누가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채터누가 사람들이 유독 민감했을까요?
 1968년, 세계인들은 그 이듬해에 열릴 ‘제1회 지구의 날(Earth Day)’을 준비하기 위해 들떠 있었습니다. 당시 도시들은 대부분 도로의 매연과 하수도의 오염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지만 그 또한 ‘도시’를 상징하는 일반적인 이미지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최악의 오염 도시로 선정된다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라는 환경보호국의 발표가 있은 뒤, 채터누가시에서는 곧 ‘대기오염억제국’을 설치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시민들은 채터누가의 비정상적인 안개지수를 확인하고 문제 삼기 시작했고, 이 도시의 폐렴환자가 다른 도시보다 세 배나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첫 번째 ‘지구의 날’ 행사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환경보호국의 조사가 없었더라면 채터누가의 끔찍한 대기오염 문제는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지역이 된 이상 채터누가는 다른 이들의 이목에 신경써야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정부가 기업에 요구하는 오염방지정책은 그 비용만 1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떠한 기업도 선뜻 나서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업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채터누가의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였던 ‘위랜드 철공사’가 가장 먼저 정부의 정책에 협력했습니다. 1972년부터 채터누가는 본격적으로 오염과 싸우는 일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환경보호국이 조사하는 모든 항목에서 ‘그린(Green)’ 점수를 획득하게 됩니다.

시민들의 ‘채터누가 살리기’ 프로젝트
 기업들의 움직임에 감동한 시민들은 80년대부터 본격적인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채터누가 시민들의 거리 살리기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거리의 쓰레기를 없애고 공기를 정화시키고 걷기를 생활화하여 날마다 자신들의 거리를 감시하고 가꾸자’는 정책이었습니다. 이에 앞장선 시민 자원봉사 조직으로 ‘채터누가 벤처(Chattanooga Venture)’가 있습니다. 이 단체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거리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비전 2000’이라는 조직을 결성, 넉 달에 걸쳐 운영하며 ‘거리 살리기 계획’을 공모했습니다. 아직 푸른 도시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시민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시민들은 우선 강가의 산책로를 살려야 환경이 살아난다며 “가장 먼저 강부터 돌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처음부터 채터누가의 병든 강과 버려진 다리가 살아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1891년에 만들어져 오염된 강 위에 낡은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던 다리는 행정 당국에 의해 곧 철거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다리를 다시 살려낸 주인공은 바로 채터누가의 시민들이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사람들에게 강과 다리를 살려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시민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하여 1.2km에 이르는 커다란 다리가 철거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수리됩니다. 1993년, 다리는 정식으로 개통되었고 시민들은 다시 그 위로 모여들었습니다. 녹색 걷기 운동의 일환으로 철교 위의 통행은 보행자 전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자전거와 애완동물의 통행은 허용되지만 차량은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매연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걷기’를 권하려는 의도가 더욱 컸습니다. 그래서 전기자동차 또한 다리 위를 지날 수 없습니다. 이 다리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다리’로 유명한 ‘월넛 스트리트교(Walnet ST. Brid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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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넛 스트리트교(Walnet ST. Bridge)>

출처 : mapio.net
 


 또한, 전세계의 담수어를 모아놓은 것으로 유명한 ‘테네시 수족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시민들의 활동이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월넛 스트리트교와 테네시 수족관은 곧 유명해집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재단을 설립해 시민들과 조직적으로 결합했습니다. 채터누가는 이제 녹색도시의 희망이자 상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5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수족관 주변에만 백 개가 넘는 가게들이 들어섰고, 지난 1996년에는 대형 영화관과 박물관도 생겼습니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노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채터누가는 연간 1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도시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아이맥스 영화관, 어린이 박물관, 야구장, 호텔 등이 채터누가로 다시 모여들었고, 도시를 떠났던 청년들이 하나둘씩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이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한 번화가가 됩니다.
 그러나 채터누가 시내 도로에는 차들이 많지 않습니다. ‘파크 앤 라이드’ 정책 때문인데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까지만 운전하고, 역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기차를 이용해 통근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생활양식은 차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정체를 줄일 수 있고, 배기가스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채터누가 시에서는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었고, 전기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또 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길이 10m의 하이브리드 전기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기존의 디젤 버스들 역시 하이브리드 전기 버스로 교체 중이라고 합니다.

 한편 저지대인 채터누가는 테네시 강의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했습니다. 특히 ‘7시 반의 플레시 레인’이라는 별명의 시내 하수 문제가 큰 문제였습니다. 큰 비가 오는 아침, 시민들이 화장실물을 흘려보낼 때 맨홀이 터져 넘쳐흐르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이것은 화장실용 관과 홍수 대책용 관이 하수구에 함께 연결되어 있는 탓에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시 당국은 테네시 강의 일곱 개 지류에 저수지를 만들고, 빗물 재활용 장치를 설치하여 소방서, 공장 등에서 재활용하도록 했습니다. 교외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서는 오염된 흙과 하수 찌꺼기를 정화하고 재처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오염된 흙과 하수 찌꺼기는 열처리를 거쳐 유기질이 많은 흙과 섞어 조경업자와 건설업자에게 판매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공장을 가동하는 에너지로 활용함으로써 대기오염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7대손을 생각하고 결정하라”
 이제 채터누가의 테네시 강은 해외 관광객들이 산책과 낚시를 위해 일부러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테네시강 남쪽 기슭에 있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가장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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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강(Tennessee River)>​

출처 : advguides.com

채터누가 시민들에게는 아주 오래전 그곳에 살았던 원주민인 체로키 인디언들의 지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7대손을 생각하고 결정하라”라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땅에서 살아갈 우리 미래 세대의 몫을 늘 생각하라는 인디언들의 가르침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도시 채터누가는 여전히 생태도시로서의 면모를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채터누가는 지형적 요건이 우리 대구와 닮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채터누가의 사례가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그런 마음이 대구에서 살아갈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 지금 꼭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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