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20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10-31
베로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도시인 밀라노와 베니스 사이에 위치한 유명한 관광 도시입니다.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26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 해 평균 4억 5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백억 원 이상을 벌어들입니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 상업의 중심지로 발달한 지역으로 로마 시대의 건축물 ‘아레나 원형 경기장’과 아디제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피에트라 다리’,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줄리엣의 집’, 12세기 무렵 지어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베로나에서 가장 높은 ‘람베르티탑’ 등 많은 문화적 자원을 이 도시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로나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하여 도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베로나는 역사·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절히 도입한 도시재생의 대표 모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역사·문화 콘텐츠 활용의 사례―아레나 원형 경기장
<아레나 원형경기장>
출처: 매일증권
아레나 원형 경기장은 로마시대에 경기장으로 쓰인 이래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인 유적으로 단순 보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13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오페라 축제가 아레나에서 개최되면서, 이곳 경기장은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활용과 보존을 함께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유적이 지닌 잠재적 가치를 크게 키운 사례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야외 오페라 축제(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의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오페라들이 공연되고 있으며, 이때 원형 경기장은 최대 1만 6천여 명이 입장하여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공개 극장으로 활용됩니다. 또 201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도입 사례―줄리엣의 집
‘줄리엣의 집’은 문학 작품 속 인물을 문화 콘텐츠로 삼아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성공적인 도시 정책의 결과물입니다. 1905년 베로나 시는 이 지역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배경으로 유명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야기 속 줄리엣의 집을 테마로 ‘줄리엣의 집’을 조성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1302년 교황을 지지했던 몬테지 가문과 황제를 지지했던 카폴레티 가문에서 태어난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때문에 줄리엣의 집 입구에는 자신들의 사랑을 다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수많은 낙서와 쪽지가 벽면에 가득합니다. 이곳 정원에는 수줍은 모습의 줄리엣 동상이 있습니다. 이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에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 때문에 동상을 어루만지려는 관광객들로 줄리엣 동상 앞은 늘 북적입니다.
유산의 보존과 공간의 ‘기억’
이와 같은 문화유산이 적극적으로 관광지로 활용되면서 일부에서는 보존 상태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디 아레나 재단(Fondazione di Arena)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기술자와 고고학자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재단 관계자들은 과거부터 존재한 문서들을 바탕으로 아레나의 역사부터 공부합니다. 사업의 최우선 가치는 물론 보존이지만, 이때 보존은 단순히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레나의 보존 정책은 시민들로 하여금 문화적 자원을 기억하게끔 합니다. 이는 곧 역사를 과거의 것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삶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최선의 보존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베로나와 대구, 그리고 ‘DIMF’를 생각하며
이처럼 베로나 고유의 역사·문화자원들은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창의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여러 나라들의 도시재생 사업은 인구 및 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도심 공동화 및 시가지의 쇠퇴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이곳 베로나의 사례를 통해 대구의 도시재생 정책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베로나는 비록 26만 명 정도가 살아가는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통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베로나의 사례를 통해 다름 아닌 대구의 역사와 오늘날의 문화를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적 자원을 활용하고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베로나의 사례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 대구의 뮤지컬 페스티벌 ‘DIMF’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적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바라본다면, 우리 대구가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 도약할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커지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1. 대구일보(2016), 인구 20만 소도시 ‘줄리엣의 집’에 전세계 여행자 발길
2. 삼성물산 건설부문 공식 블로그
3. 광주매일신문(2015), 역사유적 최대활용으로 최상의 보존 이끌어 ‘일석이조’
4. google 지도
5. 위키백과(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