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요코하마현대 사회가 공업사회를 지나 지식사회로 변모하면서, 이제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지적재산인 인간의 창의력이 되었습니다. 이에 선진도시들은 저마다 창의적 발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창조도시’를 지향해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창의력이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창조도시건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도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요코하마입니다. <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야경>출처 : http://likejp.com/3135 미나토미라이21 요코하마는 1859년 세계를 향해 문호를 처음으로 개방하고 서양의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곳으로, 영주의 성을 중심으로 성립된 교토, 오사카 등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인공적으로 형성된 도시입니다. 개항과 함께 번영을 누리던 요코하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의 점령으로 도시의 기능이 거의 마비됩니다. 이에 경제기능이 이웃한 도쿄나 그 이외의 지역으로 유출되었고, 전쟁 뒤의 도시재건이 늦어집니다. 이후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가까운 대도시 도쿄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면서,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각종 도시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자립성이 약해져 점차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요코하마시정부는 요코하마에 적합한 도시재생 계획의 필요성을 느끼고, 요코하마를 ‘지속가능한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항만과 주변지구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계획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요코하마의 자립성강화와 항만 기능의 전환, 인근 대도시의 업무기능 분담을 목표로 계획된 이 프로젝트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요코하마 조선소를 이전하고 그 앞바다를 매립지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매립지에 세워진 고층빌딩들에는 여러 기업의 본사를 유치해 업무, 상업, 주거 등의 기능을 부여하고, 항만 주변은 공원과 녹지로 잘 가꾸어 시민에게 여가와 휴식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오픈스페이스로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과감하고 획기적인 계획으로 요코하마는 지금까지도 현대식 고층빌딩,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관람차, 그리고 항구의 수변공간과 어우러지는 야경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코하마의 변화는 매력적인 수변공간의 조성이 도시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요코하마가 세계적인 창조도시로 평가받는 이유가 이러한 물리적인 계획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코하마 경관계획의 성공은 특히 옛것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과 이익의 추구보다는 ‘시민의 입장’에서 서서 공동체에 진정으로 필요한 변화를 고민하고자 했던 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서로 만나 결실을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아카렌가소코의 야경>출처 : 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 아카렌가 창고 이곳의 대표적인 공간재활용사례인 ‘아카렌가 소코’는 1910년대에 건축된 일본 최초의 근대 항만시설로, 1989년까지 창고로 쓰이던 공간입니다. 이후 2002년부터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를 개조하여, 1호관은 전시공간과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문화 공간으로, 2호관은 잡화점, 레스토랑 등의 상업시설로 새롭게 조성하였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잘 보존되어 있는 붉은 벽돌의 외관과 바닥의 조명이 어우러져 지역 야경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BankART 1929 공간 재활용의 또 다른 사례로 옛 은행과 창고를 보전해 시민과 NPO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예술 공간으로 활용한 ‘BankART1929’가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은행이었던 옛 건물을 예술문화에 이용한다.’는 뜻과 더불어 은행의 설립연도가 ‘1929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BankART1929는 2004년 처음 옛 후지은행과 다이이치은행을 재활용하였는데, 2005년 4월부터 옛 후지은행은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으로, 다이이치(제일)은행은 2009년 5월부터 ‘요코하마시 창조도시센터’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후 BankART1929는 창고를 재활용하여 일본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실험적인 문화활동과 공연, 퍼포먼스, 상영회 등을 열었습니다. 이곳을 아티스트와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창조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 요코하마 뱅크아트 스튜디오 >출처 : http://www.bankart1929.com/space/ 이곳은 예술사업 외에도 카페와 펍, 서점, 아트숍 등을 매일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요코하마의 예술, 문화의 중심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것은 규칙 우선의 행정이나 영리 목적의 기업이 아닌 시민들로 이루어진 NPO에 의해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위의 대표적인 두 사례는 이곳 도시가 가진 오래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이를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키는 리사이클링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코하마 도시재생의 또 다른 특징은 도시조성계획에 있어 공공부문의 요코하마시, 민간부문의 기업체, 그리고 제3섹터인 비영리단체가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에서도 요코하마시는 매립, 항만정비 등의 기반시설조성을 담당하고, 기업체가 업무, 상업, 문화시설의 건설을, 제3섹터인 ‘(주)요코하마미나토미라이21’은 민간과 공공 간을 조정하고 개발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특히 (주)요코하마미나토미라이21은 1984년 설립 뒤 ‘미나토미라이21 마치즈쿠리 추진협의회’를 열어 요코하마시와 도시조성 기본협정을 체결하고, 업무 및 상업 등의 기능유치, 개발의 조정 및 추진, 홍보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이러한 요코하마의 도시재생 구조는 바람직한 ‘민관협력체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에 따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도시계획 수립이 가능했고, 사업 완료 뒤에도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해 이들 주체가 서로 힘을 모아 지역의 미래를 꾸준히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관협력체제가 지역의 물리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조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개항기부터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면서 형성된 요코하마의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분위기는 요코하마를 ‘문화예술 창의도시’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낡아가던 도시의 바다를 매립하고 상업, 업무지역과 오픈스페이스로 탈바꿈시키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계획, 그리고 옛것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키는 온고지신의 아이디어, 그리고 진정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노력에서 나온 자유로운 정책들은 이 도시를 창의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코하마의 시민들은 창조성이 앞으로의 지역 발전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실천해옴으로써 오늘날의 요코하마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일본 국내/외의 많은 도시개발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직접 요코하마를 찾아 도시의 미래를 상상해보고자 이유는 바로 그 창조적 에너지에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1. 남진, 「해외 도시재생사례 - 일본과 미국의 도시재생」, 『부동산개발 트렌드』, v.01, (2011-07).2. http://www.bankart1929.com/about/pdf/allabout_kr.pdf#zoom=503.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80201&memberNo=34229505&vType=VERTICAL4. http://likejp.com/27495. 노다 구니히로, 『창조 도시 요코하마』, 정희정(역), 예경, 2009.
웹진13호 ㅣ 도시재생사례 ㅣ
17-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