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4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6-27
< 역동적 이미지의 DDP일대 >
출처 : http://ccut.tistory.com/135
" Form follows function" - Louis Sullivan
건축에서 ‘기능’이란 건축물을 만드는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현대 건축은 대개 기능을 강조합니다. 그 중 일부는 지나치게 기하학적인 형태를 추구하려다 오히려 기능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건물이 대칭적이고 비례적인 형태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그러한 건물이 더 기능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물의 기하학적 구조는 문제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2014년 도시재생사업과 서울디자인산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의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그것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DDP의 건립배경
<2009.10.27.-2014.01.09. DDP 관련 블로그의 유사성 연결망>
출처 : 김승범, 「‘자하하디드’와 그의 설계안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관한 대중담론에 미치는 영향」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한 분영인 하도감 터
최초의 근대식 종합 체육시설
패션 의류의 디자인, 생산, 유통의 중심지
DDP가 위치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테마공원입니다. 서울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공원이 조성되기 전 이 지역은 시설이 낡은 동대문운동장과 주변 노점상의 난립으로 인해 도심 슬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인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곳이 서울의 중심이니만큼 도심 상권을 되살리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지역에 이미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던 디자인, 패션 산업 인프라를 발판으로 삼아 디자인 전문시설을 조성하고, 미래 산업경쟁력의 기반을 다지고자 했습니다.
DDP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의 강한 역사성만큼이나 서울시, 문화재계, 체육계, 패션계 그리고 인근 상인들까지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까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에 사업 진행 내내 많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8월 국제현상경기를 거쳐 선정된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설계안은 독특한 비정형의 형태로 또 하나의 논란을 일으킵니다. 과연 그 형태가 디자인 전문 문화 시설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동대문의 지역적 특수성을 제대로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특한 비정형 형태와 그 의미
< 독특한 비정형의 DDP >
출처 : www.ddp.or.kr
‘환유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자하 하디드는 동대문의 역동성을 DDP에 담고자 했습니다. 그녀가 ‘서로 다투지 않고 물이 흘러가듯 이어진 3차원의 비정형 건물’이라고 설명하는 DDP 건물의 안팎에서는 불규칙과 탈정형, 비합리적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외장 판넬과 각기 다른 방향의 출입구, 다양한 방향의 이동 동선을 통해 불규칙적인 특성과 일관적이지 않은 바닥의 기울기, 자유로운 곡률의 벽면을 통해 탈정형적이고 비합리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함과 동시에 공간들의 재질과 색상을 유사하게 하여 공간에 일체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경향도 느껴집니다.
이처럼 독특한 비정형 형태의 건물은 실제로 DDP 개관 일 년이 지날 무렵부터 건물 안팎의 복잡한 동선이 폐쇄적이라 유동인구를 제한하고, 주변 지역과의 단절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분명 이러한 비정형적인 공간이 가진 특성들은 DDP를 찾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건축의 이러한 특징이 새롭고 낯선 감각을 자극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문화공간의 특성상 흥미를 통한 경험의 몰입을 유발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때 비정형적 공간요소가 전체적인 경험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전문 시설의 기능
DDP가 들어선 서울 동대문은 두타, 밀리오레, APM 등 대규모 패션상가와 약 10만 명의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밀집한 서울 디자인 패션사업의 집적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250만 명의 방문객이 24시간 오가는 역동적인 성격을 지닌 지역입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DDP는 디자인 전문 문화 시설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독특한 비정형의 형태는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이곳은 현재 전시, 아트페어, 포럼, 런칭쇼,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공간적 제약 없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DDP의 특이한 형태와 전시 콘텐츠들은 방문객들의 첫 방문을 이끄는 가장 매력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뒤엎는 놀라운 결과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 기둥의 최소화로 대규모 내부공간 확보 >
출처 : www.ddp.or.kr
이처럼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기둥이 없는’ 내부의 대형 공간들이 큰 몫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비정형의 건물들은 그 형태를 구성하기위한 복잡한 구조물로 인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불필요한 공간이 많이 발생하곤 합니다. 반면 DDP는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건축 설계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최첨단 BIM 설계기법, 메가트러스(Mega-Truss, 초대형 지붕트러스)와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 3차원 배열) 구조의 도움을 통해 대규모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실내의 기둥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최신 건축 기법은 실용적인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했고, 애초에 기획한 ‘디자인 전문 문화 시설’로서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대문의 역사적 특수성 보존의 기능
DDP가 들어선 곳은 옛 동대문운동장 터로 한국 근대 스포츠를 상징하는 공간이며,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옛 성곽이 발견되는 등 소중한 역사 또한 담고 있는 지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정형의 거대한 DDP가 그 지역의 특수성을 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고, 실제로 그 건물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 스스로가 동대문의 과거에는 관심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해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동하고 있는 현재 역시도 미래의 시점에서는 소중한 과거입니다. 현재와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www.ddp.or.kr
이제 그 옛날 동대문운동장의 자취는 찾아볼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의 조명탑과 성화대를 이전, 복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동대문운동장 기념관을 건립하여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이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성곽이나 하도감터, 이간수문 등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적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유물전시관을 건립하고, DDP의 설계를 변경하여 이러한 과거의 기억들로 다가갈 수 있는 동선을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DDP는 지역의 역사를 보전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면서,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역점을 둔 발전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서지은, 2016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D-Urban FD)
<참고문헌>
1.박영욱, 「현대건축의 담론에 나타난 공간 개념의 비판적 고찰」, 『시대와 철학』, Vol.19 No.3, 2008.
2.류경기, 「도시 내 상생 모델로서의 거버넌스」, 『브랜드디자인학연구』, Vol.9 No.3, 2011.09.
3.서주환, 여화선, 유현정,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공원이용 만족에 관한 연구」, 『디지털디자인학연구』, Vol.12 No.4, 2012.
4.김승범, 「‘자하하디드’와 그의 설계안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관한 대중담론에 미치는 영향」, 『대한건축학회 논문
: 계획계』, Vol.30 No.10, 2014.
5.김민정, 반영환, 「비정형적 문화공간에서 발생하는 방문 경험 특성에 대한 연구」, 『디지털디자인학연구』, Vol.15 No.3, 2015.
6.심영규, 「파빌리온의 진화, DDP키오스크」, 『SPACE』, Vol.566, 20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