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14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4-27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아십니까?
꿈 몽(夢,) 놀 유(遊), 복숭아 도(桃) 근원 원(源), 그림 도(圖). 복숭아밭에서 노는 꿈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으로 조선 전기의 화가 안견의 산수화 이름입니다. 조선 세종대왕의 세 번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서른 살이 되던 해 복숭아밭에서 노니는 환상적인 꿈을 꾸게 됩니다. 그의 꿈 속 풍경은 수십 개의 복숭아나무, 기암절벽과 웅장한 냇가, 골짜기 속의 마을, 대나무 숲 그리고 배 한 척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안평대군은 간밤의 꿈을 잊을 수 없어서 안견에게 자신의 꿈을 그리게 하였습니다. 안견은 나흘에 걸쳐서 그림 한 폭을 완성하였습니다. 안평대군은 그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찬양하는 시와 문장도 여럿 남았습니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출처 : 네이버 캐스트
新몽유도원도, 영천 ‘별별 미술 마을’에서 다시 피어나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과 화남면 일대에 ‘신 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 길’이라는 주제로 다섯 개의 길이 조성되었습니다. 이곳 마을의 예술작품들과 연계하여 만들어진 길입니다. ‘별별 미술 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 마을 입구에는 복숭아나무를 형상한 작품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복숭아 열매 모양의 자전거 보관함도 생겨났고, 화남면 귀호리에는 <신몽유도원도>라는 벽화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나눔의 공간 : 조대현>
출처: (좌)직접 촬영 (우)영천 별별 미술 마을 홈페이지
<신몽유도원도 : 정태호>
출처: 직접 촬영
영천의 ‘별별 미술 마을’은 영천시 화산면과 화남면 일대 마을에 다섯 갈래의 행복 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섯 갈래 길의 이름은 ‘걷는 길’, ‘바람 길’, ‘스무골 길’, ‘귀호 마을 길’, ‘도화원 길’입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마을 예술 작품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중 ‘걷는 길’이 된 가래실 문화마을은 마을입구의 시안 미술관에서 출발하여 산책하듯 걸으면서 예술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근사한 마을입니다.
공공예술이 가져다준 마을의 생기
2011년 미술마을 프로젝트로 일상생활 공간을 공공예술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공공미술은 마을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활력이 되었습니다. 공공미술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벽화를 떠올리지만, 그밖에도 조형물, 조각품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영천 별별 미술 마을의 예술 작품들은 작은 시골 마을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독특한 매력을 지녀 시민들의 눈길을 끕니다. 특히 영천 별별 미술 마을은 대구 근교에 위치하여 주말이면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습니다. 관람료가 없는 미술 마을은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오기 좋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녹아든 예술은 눈에 익어 익숙한 풍경을 마치 여행처럼 바꾸어줍니다. 이것이 바로 공공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의 주인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걷는 길’에 있는 ‘빈집 갤러리’에는 마을 주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 가득히 주민들의 얼굴이 걸려 있어서 공공예술이 바로 이 마을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줍니다. 주민들이 의자에 편하게 앉은 모습들, 시골 강아지들의 모습, 집들의 모습 등이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래실 문화 마을에 더욱 친밀감을 느꼈고, 다녀온 뒤로도 마을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해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마을에서 ‘미술 사진 콘테스트’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라는 공동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커서, 계속해서 마을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다른 공공예술 마을도 가래실 문화 마을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이 마을 포장마차는 다양한 음식들과 음료를 판매하는 조그마한 음식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을 뵙게 되었는데, 저마다 친절하게 마을을 소개해주시면서 문화 마을을 구경하는 코스를 추천해주셨습니다. 낯선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 주시는 주민들의 친절이 마을의 분위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예술로 ‘다시 쓰기’
마을 입구의 ‘시안 미술관’을 비롯하여 이곳 마을에서는 ‘빈집 갤러리’, ‘새장의 새―손몽주’ 등의 예술 공간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버려진 빈 집, 폐교 건물 등을 다시 사용한 사례들입니다. 버려진 건물이 방치되어 있으면 거리의 분위기도 어두워 보이고,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장소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건물을 조금 수리하여 ‘다시 쓰는’ 것은 도시재생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곳 시안 미술관 역시 폐교를 활용하여 지은 건물입니다. 3천 원의 관람료를 내면 입장할 수 있으며, 시안 미술관 홈페이지에 미리 접속하여 전시의 주제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새장의 새 - 손몽주>
출처: 직접 촬영
지속가능한 ‘예술 마을’을 위해
도시 속의 작품은 쉽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자연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관광객들에 의해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꾸준히 관리가 되지 않는 예술 마을은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될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관심은 금방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로 예술 마을을 가꾸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역시 마을에 전시된 작품들을 소중히 다뤄주어야 할 것입니다.
상주-영천 고속도로가 올해 개통될 예정입니다. 이에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과 함께 지속가능한 예술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을을 꾸준히 홍보하고 작품들을 유지, 보수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1.네이버 캐스트 몽유도원도
2.영천별별미술마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