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20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10-31
범어천은 대구 수성구 도심에 흐르고 있는 하천입니다. 과거에도 범어천을 정비하기 위한 공사가 있었지만 고질적인 악취와 미흡한 산책로 조성으로 인해 시민들이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청계천 같은 경우 정비가 잘 이루어져 여름철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심 속 물길로 꼽히게 되었지만, 범어천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생태 하천 조성 사업’으로 대구 시민들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또 하나의 도시재생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수질의 개선만 이루어진 범어천은 이제 시민들이 산책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범어천은 하천 복개로 한동안 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복개는 흐르는 하천 위를 콘크리트로 덮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화 때문입니다. 범어천 역시 그 주위에 동대구로 건설과 토지 구획 정리로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천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오염되었습니다. 원래의 범어천은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에서 두산오거리, 어린이회관, 동신교에 이르기까지 총 12km를 흐르는 자연 하천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물이 맑아 메기와 미꾸라지, 버들치 등 여러 물고기가 살고 있었으나, 1980년대 도시개발과 함께 범어천이 복개되면서 악취와 쓰레기로 시민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2009년, 청계천을 포함하여 전국 스무 곳의 도심 하천을 덮고 있던 시멘트 시설물을 철거해 원래의 물길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총 사업비 2,412억 원을 들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범어천에도 1단계로 수질 개선을 위한 여과 시설이 설치되었습니다. 뒤이어 2단계 복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천의 폭을 넓히고 주변 도로와 노후 시설을 정비한 것입니다. 그 결과 도시철도 3호선 어린이회관역에서 수성못역에 이르는 1.6km 길이의 하천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5년에 걸쳐 2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생태 공원을 조성했음에도 시민들의 산책이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지는 못했습니다. 수풀도 우거져 있고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없었을 뿐더러 평소에도 각종 생활 폐수가 곳곳에서 흐르고 있었고 비가 올 때면 엄청난 오수가 방류구를 통해 뿜어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범어천 일대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수관과 생활 오수관이 분리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성구청은 사업비 10억 원을 들여 지산, 범물 택지 지구에서 빠져 있던 수성아트피아와 수성호텔 일대의 오수관을 지산 처리장으로 연결했습니다. 범어천 일대 생활 오수가 모이는 차집관과 80여 개의 연결관을 두 배로 넓혀 많은 비에도 오수가 넘치지 않도록 정비하였습니다. 또한 생활 하수가 많은 황금네거리에는 하수관 하나를 더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하수관을 추가로 설치하여 범어천의 오수 범람을 예방할 계획입니다.
<어린이회관 및 범어천> <범어천 산책로 계단>
낮의 범어천 사진. 아직 완전히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계단과 산책로가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직접 촬영 (2017.04.17)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 산책하기에 좋다.
도시철도 3호선과 어울려 아름다운 야경을 만든다.
출처 : 직접 촬영 (2017.04.17)
최근 범어천은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고 길을 정비하였습니다. 물길을 따라 난 걷기 좋은 길은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이 지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훌륭한 관광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도 만들어져 있어서 길을 따라 걷다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밤 산책을 위한 조명 또한 아름답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직접 생태 하천의 수질을 살펴보았는데, 물이 맑고 깨끗해서 하천 바닥에 있는 바위까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또한 벽화를 조성하고 수생 식물도 키우는 등 범어천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달라지는 과정에 있지만 오수관 분리 공사를 마친 뒤로 한층 생기를 더해가는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생태 공원으로 되살아난 범어천이 시민들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