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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덕동,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다

[ 웹진 8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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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검색창에 대구 삼덕동을 검색해보면, 연관검색어로 ‘맛집’이나 ‘카페’에서부터 ‘재개발’, ‘원룸’, ‘마을만들기’ 등의 단어가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은 중심시가지와 인접해있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활기찬 장소이자 동시에 개발업자들의 표적이 되어 원룸개발 등의 바람이 불었던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삼덕동은 주민들 스스로가 주체가 된 ‘마을만들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민주도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삼덕동의 ‘마을만들기’는 담장을 허무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첫 시도는 1996년 서구청과 경북대학교병원의 담장을 허무는 것이었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당시 대구 YMCA의 사무총장이(이하 사무총장)가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물고 주민들과 소통하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1999년 5월에 시민단체와 대구시가 공동으로 전개한 ‘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 선도과제’로 담장허물기가 채택된 것 역시 ‘마을만들기’의 본격적인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삼덕동 20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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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덕동 마을만들기센터 >
출처 : http://m.blog.daum.net/ljw1674/18301567

 

 

 삼덕동에는 1997년에 가출청소년 쉼터가 들어섰습니다. 당시 삼덕동은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형태의 전형적인 주거지로, 주민들은 가출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쉼터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쉼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과 주민들 간에 마찰이 생겼고, 쉼터를 몰아내야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1998년 11월, 쉼터가 마을에서 쫓겨나게 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해, 사무총장은 자신이 거주하던 삼덕동 201번지의 집 담장을 허물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 공간은 처음에는 삭막한 골목 속에서 낯선 외관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내 누구나 머무를 수 있고, 다양한 행사도 열리는 주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지금까지도 주민들이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사랑방이자 마을회의가 열리기도 하는 ‘삼덕동 마을만들기 센터’의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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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덕초등학교 벽화 연못 >
출처 : 영남일보 「[Fun&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4)삼덕동 마을만들기」

 

 이렇게 시작된 삼덕동의 담장허물기는 삼덕초등학교의 ‘벽화연못’ 조성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상의 문제를 염려하는 학교 측과의 합의가 쉽지 않았지만, 5년간의 설득 끝에 드디어 지난 2005년 삼덕초등학교의 후문담장이 허물어졌습니다.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연못을 조성하고 벽화를 그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마을 중심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6개월간 미술작가와 아이들이 함께 벽화를 그렸고, 연못에는 갈대와 부들, 연꽃등의 습지식물 20여종을 심어 다양한 종류의 잠자리, 개구리 등이 서식하는 인공습지로 조성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곳은 지금까지도 삼덕동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은 담장을 허문 것을 ‘골목 공원 만들기’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조경적인 목적에서의 담장허물기가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골목 공원을 만드는 것을 취지로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벽이 허물어진 삼덕동 주민센터의 담장 안뜰에는 벤치가 놓이면서 주민들의 쉼터가 조성되었고, 벤치가 다시 평상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주민들이 머무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골목 공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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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빗살미술관(우)마고재  >
출처 : 영남일보 「[Fun&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4)삼덕동 마을만들기」 

 

 

공간의 재활용

 삼덕동의 커뮤니티공간들은 담장허물기와 함께 버려진 공간의 재활용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지금의 빗살미술관은 과거 삼덕초등학교 교장의 관사로, 오랫동안 흉가로 불릴 만큼 방치되어있었던 적산가옥이었습니다. 이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마을미술관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청을 1년간 설득한 끝에 위탁운영 허가를 받아내었습니다. 생활도구이자 예술품인 빗살무늬토기처럼 마을의 생활과 예술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붙여진 ‘빗살미술관’의 건물 복원에는 주민들의 모금액과 대구YMCA의 예산이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이 공간은 마을 전시회나 꾸러기환경 그림대회, 인형마임축제, 자전거 디자인 작업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빗살미술관 옆에는 1948년도에 지어진 개량한옥인 ‘마고재’가 있습니다. 2001년까지 ‘삼덕보리밥집’이라는 식당으로 운영되던 이곳이 원룸사업자에게 경매로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경매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 때 한국의 창조신이라 전해지는 마고할머니가 지켜주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명명된 마고재는 축제마당이자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이며 도예체험공방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동도서관 용용이
 삼덕동의 공간재활용은 건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과거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골목을 자동체에게 뺏긴 아이들에게 편하게 놀 수 있는 마을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센터에 아이들을 위한 마을도서관을 제안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고 낙담하던 중, 버스회사 사장님에게 고물버스를 기증받아 아이들을 위한, 달리는 이동도서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용의 모습으로 꾸며진 버스 ‘용용이’의 외관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버스는 멋진 놀이터로 아이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변화하는 삼덕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공동체의식과 마을 구성원으로서의 주체의식을 일깨워 주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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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위한 이동도서관 용용이 >
출처 : http://www.u-story.kr/261


시사점
 많은 지자체에서 대구의 성공적인 마을만들기 사례지로 삼덕동을 꼽고, 이를 참고하기위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에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골목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다소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실생활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공간 디자인이기 때문에, 주민의 의견이 수렴되면 설계하고, 실생활 속에 사용되면서 다시 수정해가는 순환구조를 통해 주민들만의 마을을 구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덕동은 정주성이 높아 주민간의 결속력이 크게 작용하는 마을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주민들에게는 낯선 것이었을 마을만들기가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마을을 향한 애정과 그 애정을 올바로 이해하고 동참한 주민들이 서두르지 않고 오랜 시간 함께 마을을 관찰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온 덕분이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조성된 소통공간들은 삼덕동 공간의 변화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주민들의 진지한 성찰과 고민으로 이루어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삼덕동 마을의 형태는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예쁜 디자인’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내면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어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삼덕동이 허문 것은 ‘담장’ 뿐만이 아니라 주민간의 ‘보이지 않은 벽’을 허무는, 따뜻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 국토연구원, 김은희,김경민, 『그들이 허문 것이 담장뿐이었을까』,한울, 2010
2. http://www.u-story.kr/261
3.영남일보「[Fun&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4)삼덕동 마을만들기」,14.07.07
4.세계도시정보
5.매일신문 「[도심 속 마을공동체]담장 헐어 넓힌 도심 공간, 개구리 사는 연못으로」12.05.17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2487&yy=2012
6.http://modesty6878.tistory.co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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