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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 리노베이션을 통해 시간의 스펙트럼을 간직하다

[ 웹진 3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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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의 정의와 중요성

“시간은 곧 기억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현재의 공간에서 다른 시간으로 전이하는 행위이자

시간이라는 원축의 단면을 자르는 행위이다.”

- 베르그송-

  ‘리노베이션’은 Renewal, Rehabilitation, Remodeling 등의 의미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흔히 쓰이지만 용어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면 용어들 사이의 쓰임은 각기 다릅니다. 리노베이션은 보존, 복원, 보존-재활용, 전용, 보전, 재조립, 재축, 복제, 모사, 이전 등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의미는 보존-재활용(Recycling)입니다.

  최근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거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재생,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건물의 실용성뿐 아니라 예술성, 역사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옛 건물이 지닌 인간적인 특성이나 공간적 매력에 우리가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근대건축물의 문화성, 역사성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리노베이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유럽의 도시들은 과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서 축적된 경험, 기억, 이념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습니다. 상이한 시간의 스펙트럼을 갖는 건축물들이 한 도시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성은 오래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현대인들에게 편안함을 주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리노베이션이 된 낡은 건축물은 기존의 도시와 약간의 이질적인 분위기를 띤다 하더라도, 도시의 역사성 속으로 이내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입니다. 따라서 리노베이션은 유럽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또한 하나의 건축 방식으로서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라는 가치 또한 더불어 존중받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근대 건축물의 재해석 및 재생이 왜 중요한지, 그것을 위해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은 그것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역사를 현대인들에게 경험케 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역사를 새롭게 만들 것입니다. 둘째, 이제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옛 건물을 무분별하게 헐어버리는 오래된 사고방식을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리노베이션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셋째, 건축은 시대의 거울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을 단지 낡았다는 이유에서 철거한다면, 도시는 다양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역사의 보존은 도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넷째는 장소성입니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를 겪었고, 도시민들은 고향을 잃어버렸습니다. 고향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만 가득한 현재의 도시에서 과거를 읽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곧 뿌리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장소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도시를 관통해온 시간의 흔적을 보존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지켜야 할 사회·문화적 가치를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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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

출처 : 본인촬영

  사실 리노베이션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학기 중의 과제 때문이었습니다. 직접 조사를 해본 결과 경산에 위치한 수많은 근대건축자산이 무너져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많이 실망하였습니다. 아직도 경산에는 멋진 근대 건축물이 많지만, 제대로 그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재조명이 시급함을 느꼈습니다. 대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중구 북성로를 중심으로 리노베이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구 시민들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노베이션으로 인한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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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윤동주 문화관 열린우물​, 우: 윤동주 문학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전한

  리노베이션의 성공적인 사례 가운데는 서울의 ‘윤동주 문학관’이 있습니다. 현재 윤동주 문학관 자리는 원래 종로구 청운동의 낡은 수도 가압장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기 위해 설계까지 다 마친 상태에서, 옹벽인 줄 알았던 것이 물탱크로 드러나면서 문학관은 지금의 독창적인 모습으로 재탄생될 수 있었습니다. 물탱크의 발견은 건축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그것은 곧 윤동주 문학관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물탱크는 동굴처럼 깊은데다 마치 추상화처럼 시간의 흔적이 벽면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어떤 방법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건축미가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 공간은 언뜻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어둡고 습한 공간의 특성을 잘 살려 윤동주 시의 담담한 여백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시인이 사랑했던 우물의 깊은 침묵을 닮아 윤동주 시의 울림과 공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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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출처 : ​ Photo and Share CC, by 최호진

  또 다른 사례로는 어린이대공원 ‘꿈마루’가 있습니다. 이곳은 자그마한 의문에서 발견된 역사적인 건물입니다. 건물 신축을 위해 도면 검토를 하던 중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에 주목했고, 자세히 알아보니 이곳은 한국 건축을 대표했던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이었습니다. 자칫 철거될 뻔했던 이곳이 먼 과거에는 심지어 조선 왕실의 묘였다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과 기억들이 더해진 이곳은 조성룡 건축가에 의해 발견되어 새롭게 재탄생되었습니다. 먼저 그는 ‘걷어내기’라는 방식을 통해 뼈대 자체를 살리고 그 외의 덧씌운 부분들을 걷어내 원형을 되살렸습니다. 그 뒤 건물에 남은 시간의 뼈대를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깨끗하고 흰 네모 구조물 속과 함께 드러나는 낡은 시멘트 구조의 흔적은 현재의 시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기억 속에서 한국을 대표했던 건축가 ‘나상진’이란 이름도 되살려 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보존하려는 ‘기억의 공간’

  이렇듯 건축물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보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바로 리노베이션입니다. 리노베이션은 여러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었으며, 우리도 나아가야할 방향입니다. 대구 또한  북성로뿐 아니라 다른 역사적 공간의 리노베이션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곧 대구의 역사를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기억’이 리노베이션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를 밝히고, 그것이 결국 도시재생의 첫걸음임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참고자료>

1. 김보경, 「한국근대건축의 건축적 특성 분석을 통한 리노베이션 설계 연구」, 건국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6.
2. 최하나, 「 인천 근대 건축의 실용적 회복을 위한 리노베이션 계획안」, 홍익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1.
3. 장재진, 「리노베이션에 의한 한국 근대 건축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 : 구 서산부인과 건물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7.
4. 이태호, 「인천세관창고 리노베이션을 통한 시간성을 가진 건축환경에 대한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4.
5. 이찬주, 「역사적 건축물의 리노베이션 디자인사례에 대한 비교분석 연구」, 공주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3.
6. 이성호, 오인욱,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에 의한 디자인 변형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제20권 1호 pp.98-109, 2011.2.
7. 구본준,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서해문집, 2013.
8. 조한,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돌베게, 2013.
9. 신윤수 외,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 종로문화재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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