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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추상, 지붕

[ 웹진18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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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抽象)이란,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이다.”

도시와 지붕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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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본인촬영

  어떠한 대상을 인식할 때 우리는 색채, 형태, 질감의 순서로 받아들입니다. 시각 혹은 촉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적 경험을 더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어떤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그 인식의 대상이 되는 건축적 매개체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부분은 눈높이의 벽면과 바닥면입니다. 하지만 도시 전체의 스케일은 눈높이에서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선은 바로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방법입니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지붕들입니다. 지붕의 외부를 구성하는 특징들은 도시 경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지붕 내부의 공간들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지붕이 갖는 특성들을 이해하고, 그 속성들이 도시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붕의 컬러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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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시의 지붕색 이미지컬러>

출처 : 지붕색채경관이 도시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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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도시의 지붕색 이미지컬러>
출처 : 지붕색채경관이 도시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연구

  도시 디자인은 도시 설계와는 달리 시민 개개인의 선호도를 반영합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상을 인식할 때 가장 먼저 받아들여지는 것이 색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시 경관을 이야기할 때 지붕의 색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이는 서로 다른 도시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의 서울과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두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두 도시의 차이점은 바로 ‘색’입니다. 이 색을 통해 우리는 그 도시의 시민들이 겪은 서로 다른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도시는 산업화를 겪으며 흙빛에서 잿빛으로 변화했습니다. 과거 한국의 전통 주거 양식은 철저히 지역성을 반영했고,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건축물을 구성했습니다. 지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이 오래 흘렀고 건물은 낡았습니다. 이 무렵 산업의 발달로 새로운 재료의 지붕이 생겨납니다. 노후하여 비가 새는 지붕을 대체하는 데 슬레이트는 최적의 재료였습니다. 이는 전국 각지의 흙빛 지붕이 잿빛으로 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에 발맞춰 이루어진 한국의 도시에는 건축 문화라 할 것이 없었습니다. 오직 빨리 건물을 짓는 것만이 중요했고, 콘크리트는 그에 가장 적합한 재료였습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많은 건물들로 인해 도시는 더욱 급속하게 잿빛으로 변해갔습니다.

  반면 이탈리아 피렌체는 19세기 후반부터 도시가 갖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건축물의 보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도시 정책으로 이어졌습니다. 건물에 간판을 달 때도 반드시 사전 허가가 필요할 정도로 규제가 명확하고 엄격합니다. 이때 가장 중시되는 점은 주변 건물과의 조화입니다. 기존 건물들이 갖는 맥락을 따라 피렌체의 지붕은 주황색 또는 회색으로 통일감 있게 칠해집니다. 단순히 색상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채도까지 고려하여 중간 이하의 채도로 차분한 도시 이미지를 주고자 합니다. 이 지붕의 색은 나아가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도시 경관과 관련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 비해 아직은 전문적인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붕의 색에 관한 규제 또한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른 세부 지침 정도로만 존재합니다. 앞으로 더욱 치밀한 연구를 통해 지붕의 색에 대한 명확하고도 전문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붕의 형태와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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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kks9318

 

 

   색상 다음으로 우리는 형태를 중시합니다. 박공지붕과 평지붕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붕의 형태로, 솟은 모양과 평평한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한국 전통의 건축 양식에서는 솟은 지붕의 형태를 선호했습니다. 건축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그 옛날 눈이나 비와 같은 기후 현상에 대비하는 방법은 지붕의 경사면을 활용하는 것이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짚을 엮어 만든 초가집도, 나무를 쌓아 만든 너와집도, 기와를 쌓아 만든 각종 한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한옥의 지붕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다양하게 풀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본적 형태는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지붕 모습이 솟은 모양이었다면, 오늘날의 지붕 형태도 그것과 유사한 형태의 박공지붕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도시 경관을 바라보면 이러한 솟은 지붕의 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특별한 건축 철학 없이 최대한 빠르고 경제적으로 지어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건물들로 가득 찼습니다. 건축물의 형태는 비슷해졌고 스카이라인 또한 평범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계각층에서 도시 경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새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 경관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규제가 오히려 다양성을 저해하고, 도시를 일반화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건축계획심의기준’을 마련하고 지붕의 형태, 소재, 색까지도 따로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따르게 하고 있습니다. 택지 대부분이 개인 주택으로 개발되는 제주도의 경우 일반화에 대한 우려는 더 큽니다. 지붕의 색이 나아가 도시의 색이 되고 도시 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통일감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에는 시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경관에 대한 더욱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폭 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〇 학회논문
이혜준, 「지붕색채경관이 도시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연구」, 충남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4.

서지은, 2016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D-Urban 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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