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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감영은 공원이 아니다

[ 웹진14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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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감영은 공원이 아니다!

 ‘도시재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좁게는 시설물을 교체하고 디자인 하는 것, 넓게는 마을을 활성화 시키고 도시구조를 정비하는 것까지 그 범위는 아주 다양합니다. 범위의 문제를 넘어 도시재생의 목적은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 시키는데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재생’이란 도시를 활성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개발’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재생’ 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까요?  

도시재생을 위한 기반 : 도시 구조 분석
 도시재생을  쉽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재생’의 사전적 정의는 ‘다시 살아남’입니다.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기존의 것들이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재생은 개발처럼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유(有)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즉,  재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친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개발과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
니다. 

 이러한 재생의 정의를 염두에 두고 도시재생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도시에서 재생을 실천하는 방법은 우리가 가진 가치, 즉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세부적인 제안을 하기에 앞서 도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곳인지를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 또한 이러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구 읍성이 재조명 되면서, 대구의 정체성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에서도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경상감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경상감영의 역사와 가치
 ‘감영’은 조선 시대에 각 도의 관찰사가 거처하는 관청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받아 현재 경상감영에는 각각 대구시 유형문화제 1,2로 지정된 선화당과 징청각 등 대구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문화재들이 남아있는 역사적 장소일지라도 일반 시민들에게 경상감영은 나무가 울창하고 걷기 좋은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서 역할이 더 큽니다. 하지만 경상감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평범한 공원은 아닙니다. 우리 대구의 역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아주 중요한 도시의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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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광여도에 표기된 경상감영과 읍성 (우)지승에 표기된 경상감영과 읍성>
출처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왼쪽 사진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전국 군현지도집인 광여도(廣與圖)의 일부입니다. 감영과 읍성이 함께 표기된 것으로 보아 감영이 조선통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전국의 군현의 군사요지를 엮은 책 지승(地乘)에 나오는 경상감영과 읍성입니다. 이 지도에서 경상감영은 대구 읍성의 중앙에 위치합니다. 감영이 조선시대 지방통치기구로서 기능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도 경상감영이 대구 도시에서 중심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 대구의 근간이기도 한 경상감영은 일제 강점기 1907년 읍성철거와 함께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관아를 비롯한 주요 건물들 대신 일제의 기관들이 들어섰습니다. 이후 일제에 의해 경북도청이 들어서면서 관청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였지만 자주적인 지방관청의 역할은 상실하게 됩니다. 이후 1960년대 경북도청이 산격동 부지로 옮기기 전까지 경상감영은 이전의 모습을 잃은 채 존재했습니다. 1632년 경북도청 청사가 이전함과 동시에 공원으로 지정고시 되었으며, 1970년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하면서 복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1997년 공원 전체를 재 조성하며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오늘날의 경상감영공원입니다.

 

경상감영과 도시재생
 역사적으로 산전수전을 겪기는 했지만, 경상감영이 조선시대 읍성통치 시절부터 대구에서 중요한 도시적 장소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소들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과거의 유물로서 경상감영을 바라본다면 이렇다 할 중요성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와 우리의 뿌리로서 경상감영을 바라본다면 분명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경상감영이 단지 공원이 아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상감영이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또는 푸른 나무가 있는 도심 속 자연이라고 해서 도시의 중요한 장소인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또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상감영은 도시 구조에 있어 중심을 담당하며 우리 도시가 형성되는 근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노른자 없는 계란이 존재할 수 없듯이, 도시의 중심에 대한 언급 없이 현재의 대구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대구는 지속적으로 도시구조의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도시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작을 명확히 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나아가 대구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경상감영은 그 위상에 걸 맞는 장소로서 기능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지만 그 형태가 중심의 형태보다는 공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경상감영공원으로서는 손색이 없을지 몰라도 경상감영이라는 도시의 중심으로서 형태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고립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경상감영의 주변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얽힌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부재한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상감영이 고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영으로부터 시작된 확장이 아닌, 주변 프로그램의 확장으로 인해 감영의 장소가 잠식당하는 양상으로 도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상감영이 주변의 장소보다 우위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우리가 경상감영을 도시의 중심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공원으로 인식했기에 초래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상감영이 도시의 중심에 맞는 형태를 가지고, 그 가치에 맞는 장소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제목에서 언급하였듯 경상감영공원이 아닌 경상감영으로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도시를 제대로 살펴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도시재생을 위한 실천
 지금까지 가치의 재발견 이라는 입장에서 도시재생을 해석하고, 경상감영을 통해 대구가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도시재생을 위해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도시가 올바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경상감영 을 비롯한 대구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1.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고지도 소장자료
2. 학술논문, 지방문화재의 보존과 원형왜곡,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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