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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의 재발견

[ 웹진 9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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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길 줄게, 새 길 다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철도 인프라는 일제강점기를 전 · 후로 건설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경부선, 호남선 등 주요 철도 노선들은 20세기 초반에 건설되어 100년 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철도교통의 효율성 제고, 철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 등을 이유로 단선이었던 철길을 복선으로 확장하거나, 기존의 구불구불하던 철길을 개량하고 다른 곳으로 이설하는 등의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어 더 이상 철길로 쓰이지 않는 폐선(폐철길)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폐선 부지를 도시재생의 콘텐츠로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보고자합니다. 기존 철길을 레일바이크 선로로 개량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공원으로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 춘천 김유정역 레일바이크, 청도 와인터널, 대구선 공원화 부지 등이 그중 대표적입니다.

낭만과 청춘의 옛 경춘선, 레일바이크로 재활용!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中>


경춘선은 1939년 경춘철도 주식회사에 의해서 사설 철도로 개통되었으며, 당시 한반도 내에 건설된 많은 사철들 중 유일하게 민족 자본으로 건설되어 주목받았습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경춘선이 닿는 유원지로 MT를 가는 수도권 대학생들로 붐볐고, 경춘선의 옛 출발역이었던 청량리역 앞 시계탑은 이들 청춘의 약속 장소였습니다. 경춘선은 젊음과 낭만의 대명사로 통했고, 이로 인해 봄, 가을이면 열차 승차권이 일찌감치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복선 전철화가 완료되어 수도권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해 구 경춘선의 많은 구간이 폐철길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폐철길을 활용하여 춘천 김유정역에서 (구)강촌역까지 8.5km 구간을 2012년부터 레일바이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복선화된 경춘선은 터널이 많아 북한강을 끼고 달리던 옛 경춘선의 경치 그대로를 감상하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김유정역 레일바이크를 통해 옛 경춘선 구간 일부를 그대로 달리며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나마 눈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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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 레일바이크 구간(빨간색)>
출처 : (주) 강촌레일파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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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 레일바이크>
출처 : (주) 강촌레일파크 홈페이지

 

  


‘터널’의 재발견, 청도 와인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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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와인터널>
출처 : 청도감와인(주) 홈페이지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와인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 경부선의 터널로 완공되었된 (구)남성현 터널을 개조하여 만든 것입니다. 늘 13~15℃의 온도가 유지되는 동굴의 특성을 이용, 지역 특산물인 감을 이용한 감 와인을 이곳에서 숙성시킵니다. 와인터널에서는 와인 구입은 물론 시음도 가능합니다. 완전히 익지 않은 감을 사용해 주조한 감 와인은 특유의 풍미로 유명합니다. 감으로 만든 초콜릿 등도 판매 중입니다. 와인터널은 2008년 방송된 SBS드라마 ‘떼루아’의 촬영장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또 청도 소싸움 경기장, 프로방스, 용암온천 등 주요 관광지에서 가까워서, 청도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와인터널을 포함해 이 네 곳을 한꺼번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공원으로의 재발견,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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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정비의 역사(마산 삼역 통합)>
출처 : 경남도민일보, 주인 잃은 철길 위에도 길 따라 삶은 이어진다, 2011.10.05


정식 명칭은 ‘마산항 제1부두선’ 입니다. 마산 시내를 관통하는 8.6km의 이 노선은 1977년에 경전선 마산시내 구간 정비 사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경전선의 본선에 속했습니다. 지금은 경전선이 옛 마산시 외곽을 통과하지만, 1977년까지는 스위치백(switch-back) 형태로 기차가 마산에 닿으면 마산 시내를 통과해서 옛 마산역(현재의 마산역은 1977년에 완공)에 도착하면, 기관차 방향을 바꿔서 다시 시내를 빠져나가는 형태로 운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열차가 마산을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비효율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마산선 구간은 철길을 완전히 걷어내고 3.15 대로로 만들었고, 임항선은 그대로 남겨둔 채 1977년 지금의 마산역 부지에 통합 역사를 새로 짓게 됩니다. 이후에도 화물열차가 가끔씩 운행되었지만 마산시의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시민들의 폐선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게 되어, 결국 2012년 임항선은 폐선이 되고 기존의 구간은 창원시가 공원으로 조성하게 됩니다. 일부 구간은 옛 철길을 그대로 보존해 두어 과거의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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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산 시장 인근 임항선 철도>

출처 : 경남도민일보, 2011.10.5

 

  

공동체의 쓸모에 기여하는 ‘폐선 리사이클링’
국내 철도 노선의 상당수는 아직도 단선(單線, 선로가 하나인 철길)입니다. 1970년대 이후 전국에 수많은 고속도로가 건설되며 도로교통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철도 교통은 뒷전으로 밀려나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승용차나 버스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오히려 접근이 수월한 도시도 있습니다. 다행히 2010년대에 들어서 철도노선의 복선화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의선, 경춘선, 전라선의 복선화가 완료되고 중앙선, 경전선의 복선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복선철도의 비중은 점점 늘 것입니다. 복선화 사업을 통해 기존의 구불구불했던 선형이 직선화되면,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단축되어 철도교통의 효율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복선화 구간이 더욱 증가함에 따라 더 이상 철로로 쓰이지 않는 폐선 구간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폐철길 리사이클링의 사례는 위에서 소개한 것 이외에도 매우 다양합니다. 앞으로 생기게 될 폐철길들은 이 사례들을 참고하여 지역 공동체의 쓸모에 기여하는 재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1. 경남도민일보, 주인 잃은 철길 위에도 길 따라 삶은 이어진다,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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