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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도심속 다시 찾고싶은 거리(2)

[ 웹진 5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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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제품의 정보를 알아봅니다. 제품의 정보를 확인하는 일에서 물건을 구입하기까지의 과정 가운데 우리의 구매 의사를 좌우하는 정보는 무엇일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 덕분에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도 ‘상품평’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대개 소비자들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실제 사진까지 포함된 다른 구매자의 ‘좋은평가’를 신뢰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품평’뿐 아니라 ‘재구매율’이 높은 상품 역시 소비자로 하여금 그렇지 못한 상품보다 더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알 수 없는 믿음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우리는 동등한 선택의 상황일 경우 ‘타인의 선호도’가 선택 대상에 대한 호감으로 곧잘 이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러한 타인의 선호도가 주는 암묵적인 신뢰는 우리 생활 속에서 특히 이른바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선호하는 행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렇듯 선호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호감으로 다가와 그 대상을 ‘다시 찾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매력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유기체로서의 도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이면서 동시에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발생적으로 진화해온 유기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는 “도시라는 것이 인간의 디자인으로 시작되지만, 계획자의 손을 떠나서 완성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도시는 목적과 효율성, 미적 감각을 고려하여 인간의 손으로 설계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결국 생태적 특성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현대 도시의 모습은 지난 수천년간 인류가 만들어낸 총체적인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선진 도시들은, 2차 산업혁명의 종말과 함께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로부터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에 자동차의 사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의 효율을 높여 보행자 위주의 계획을 설계원칙으로 하는 New Urbanism과, 보행자의 권리가 우선되는 새로운 근린개념인 보차혼용도로(Woonerf)를 위한 Traffic Calming(교통정온화) 등 보행자의 권리를 우선시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게 됩니다. 이러한 노력들 역시 효율적인 산업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자동차 위주’의 도시 구조를 탈피하고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도시 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추어 보행환경을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서울(1998)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서 역사성을 지닌 길, 장소성이 강한 길을 ‘특색 있는 거리’로 지정하여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등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만 그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보행가로계획
 가로는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도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공 공간이며,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도시 이미지 형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는 공간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과 물류의 신속한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와는 달리 도시에서의 다양한 도시활동 및 사회적인 교류가 가로라는 이동 공간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합니다. 도시 이미지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의 도시계획가 케빈 린치는 "가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도시의 이미지에 대한 우열요소이며, 가로경관을 통과하는 동안 도시를 관찰하고 다른 환경요소들이 정리되며, 상호간에 연관성을 형성하게 된다."라며 도시 이미지에 있어서 가로경관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로의 계획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보행자들의 공감대를 기초로 한 공공 이미지의 형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걷고 싶은 거리’라는 목표를 세우고 계획했지만 의미가 무색해진 몇몇 사업들은, 실제로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가로의 이미지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단기간에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결국 시민들의 인상에 남지 못하는 ‘걷고 싶은 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로 계획에 있어서 또 하나 중시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 활동을 유인하는 가로의 기능입니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흥미를 느낄 때,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에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낍니다. 인간은 지루함을 느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가로 환경 역시도 보행자로 하여금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계획하여 거리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의 물리적인 조건'으로 보행자가 걸으면서 마주치게 되는 '거리 위의 출입구 빈도수'와 '걷고 싶은 거리'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거리 위 휴먼스케일 수준의 다양한 체험정도를 '이벤트 밀도'라는 개념으로 표현합니다. 거리를 걷는 중에 새로운 상점을 발견할 때마다 보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집니다. 이처럼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체험과 우연성이 넘치는 공간이 되어, 보행자에게 보다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정량적인 분석방법은 인간 활동을 유인하는 가로 기능의 필요성을 보다 선명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줍니다.


걷고 싶은 거리의 조건
 걷고 싶은 거리의 조건으로 공공 이미지의 형성, 그리고 인간 활동을 유발하는 가로 기능 외에도 기본적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보행자 위주의 계획과, 상업가로구성요소(가로건축물보도가로시설물)의 쾌적 정도 등의 물리적인 조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그 거리만이 지닌 매력일 것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을 선호하며, 공간의 목적성이 충족되면서 접근성이 뛰어나고 외부 활동이 활발한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이라 느낄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공간은 ‘다수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은 ‘사람들이 머무르기에 적합할 만큼의 쾌적함과 매력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행위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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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한 가로수길 풍경 >
출처 : http://egloos.zum.com/aipharos/v/739581


 서울을 대표하는 거리 중 하나인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만 살펴보아도 사람들의 선호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유행 패션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가 즐비한 곳? 연예인 단골집이 있는 곳? 유명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 곳? 누구나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큼 신사동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매우 특별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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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로 붐비는 주말의 가로수길 풍경 >
출처 : http://bbkk.kr/tour/view/1413

 

 

 이러한 인식 역시 보도의 폭이나 포장상태, 가로수의 종류, 건물높이와 바닥면적의 비율 등의 물리적환경이 주는 쾌적성을 넘어서 가로수길만의 매력에서 오는 것입니다. 가로수길이 풍기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향한 호기심과,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화려한 브랜드들의 입점이 바로 신사동 가로수길로 시민들과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비결인 것입니다.

맺음말
 이렇듯 도심 속의 거리는 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과 접근성, 건물의 높이와 바닥 면적의 비율, 보도의 폭이나 포장 상태, 깨끗함 등이 가져오는 물리적인 쾌적성으로만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넘어서 그 거리만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이 곧 거리의 이미지입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력으로 자연스레 번져나갈 때, 그곳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걷고 싶은 거리’ 진정한 ‘다시 찾고 싶은 거리’가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1. 한국도시설계학회, 『도시설계의 이해』, 보성각, 2014
2.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을유문화사, 2015
3. Matthew Carmona, Tim Heath, Taner Oc, Steve Tiesdell, 『도시설계』, 강홍빈, 김광중, 김기호외 4 (공역), 대가, 2009
4. 김세희,  「보행자의 가로 이미지에 의한 보행가로 경관 특성 분석 : 서울시 보행환경기본계획 사업 가로를 대상으로」, 한양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7.
5. 이용원, 「보행가로의 경관 인식에 따른 보행자 체감 이동시간에 관한 연구 : 서우릿 '걷고싶은거리'의 상업가로를 중심으로 」, 한양대학교 석사(박사)학위 논문, 2009.
6. 이상훈, 「상업가로로서 신사동 가로수길의 활성화 요인에 관한 연구」, 서울시립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0.
7. 위키백과 교통정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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