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4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6-24
보존과 보전 그리고 재생
오늘날 도시들의 모습은 서로 닮아있습니다. 이것은 현대적인 심미성과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변화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시와 지역, 더 나아가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고 있는 ‘역사’입니다. 변화로부터 원래의 것을 지키는 것을 보존이라고 합니다. 유사한 뜻을 가진 용어로는 ‘보전’이 있습니다. 둘 모두 잘 간수한다는 의미는 같지만 ‘보전’은 후세에 전한다는 의미가 더해집니다. 변화는 받아들이되 핵심적인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도시는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역사는 도시의 정체성을 위해서 보전되어야 합니다.
도시역사의 보전은 일부 문화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의 전 범위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잘 가꾸어진 도시의 역사적 환경은 문화산업의 중요한 콘텐츠가 될 뿐 아니라, 지역 명소화 및 관광산업의 근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도시역사의 보전이 경제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역사적 자원이 보호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 그곳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에, ‘문화재(역사환경) = 개발제한 = 낙후’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이것이 곧바로 해당 지역민들의 거부감과 무관심, 비협조로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이것이 단순한 개발의 제한이 아니라 지역의 명소화 및 활성화를 가져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실천적이며 지속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감천문화마을, 전주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 등이 지역의 역사적 환경을 활용하여 정체성을 형성하고 마을 자체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대표적 성공사례입니다. 이렇듯 낡고 오래된 도시의 역사는 도시 재생을 통해 ‘보전’될 수 있습니다.
보전의 대상
앞서 말했듯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만이 보전의 대상이 아닙니다. 건축물과 연관된 이야기, 지역 주민들의 기억과 그 의미 자체를 보전하는 것도 도시 재생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도시는 하드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 살아있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움직이는 휴먼웨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반감됩니다.
한약재와 약초를 파는 시장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구약령시는 가로정비를 통해 시각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철거되었고, 약재와는 상관없는 상업적인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그 고유한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미관의 개선 그리고 상업적 목적에만 치중하여 ‘약령시’라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개발을 추진한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렇듯 도시역사는 눈에 보이는 것을 꾸미는 것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적절하게 보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중앙파출소에서 바라본 약령시>
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1456
한옥의 도시 대구
근대문화골목 투어 코스는 대구시 중구의 도시역사를 살린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대구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구는 ‘한옥의 도시’입니다. 1900년대 이전 건립 한옥의 수가 452채로 큰 도시 가운데 가장 많고, 기와집도 2만6678채로 6대 광역시 중 최다입니다. 대구의 한옥은 시대별·골목별로 다채롭고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러한 자원이 보전된다면 훌륭한 관광·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대구시에는 한옥을 리모델링하여 게스트 하우스나 카페, 음식점으로 사용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옥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인들에게는 이색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역사의 재생을 통해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북촌과 전주가 한옥마을로써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된 것은 지구단위계획 지구단위계획: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지역 가운데 일부지역의 토지이용을 보다 합리화하고 그 기능을 증진시키며 미관의 개선 및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는 등, 당해 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도시관리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
을 통해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계획을 진행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대구시 또한 한옥이라는 역사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좌)중구 서성로와 (우)중구 북성로 한옥밀집지역>
출처: 영남일보 주말 매거진 위클리포유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31108.010350833400001
대구시에는 많은 한옥밀집지역이 있습니다. 개별적인 필지 필지: 지적공부에 등록하는 토지의 단위이며 하나의 소유권이 미치는 범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지번을 부여한 지역의 토지입니다. 단위의 보전보다 넓은 면적 단위로의 보전 계획을 수립하여 도시역사를 재생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에 따른 파급효과로 인해 주변에 잠재 되어있는 한옥자원 또한 연달아 보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옥밀집지역
한옥밀집지역은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자원입니다. 특히 낙후된 지역의 재생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제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북촌 한옥마을은 ‘한옥등록제’를 통해 등록된 한옥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함으로써 한옥 보존 및 관리를 돕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고, 이 제도를 통해 북촌은 한옥마을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옥등록제는 역사문화 자원과 함께 주민들의 삶의 터를 살려냈고, 그 재생효과를 파급하였습니다.
체계적인 제도로 틀이 잡혔다면 프로그램을 통해 매력적인 이미지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미지는 건축물의 외관을 통일하거나 지역 축제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고 특정 시기마다 지속적으로 재방문할 만한 요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구의 한옥밀집지역 또한 보전되어야 할 중요한 도시의 역사이고 ‘색깔 없는 컬러풀 대구’에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심어줄 수 있는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힘든 한옥은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한옥을 지키기 위해 한옥과 관련된 기술자나 장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터를 마련하고, 한옥등록제를 통해 한옥의 보존과 진흥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럴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이색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증명해 보이면서 대구는 대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배용준, 2016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D-Urban FD)
<참고문헌>
1. 한국도시설계학회, 『도시설계의 이해』, 보성각, 2014
2. 서울시청 홈페이지 주택건축 http://citybuild.seoul.go.kr/archives/926
3. 네이버지식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86939&cid=42094&categoryId=42094
4. 영남일보 주말 매거진 위클리포유 "대구 한옥 총 8102채…196개 지구 밀집된 중구 가보니 ‘지붕 누더기’". 2013.11.08.
5. 오마이뉴스 "'죽어가는' 대구약령시, 살릴 방법은?"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