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8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10-26
지난 2012년 4월 1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선족 오원춘에 의해 자행된 수원 토막살인 사건이 그것입니다. 범인은 경기도 수원시 발달구 지동에서 퇴근하는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토막냈습니다. 사건 발생 장소는 가로등이 없어 어둡고, CCTV도 설치되지 않아 인적이 드문 재개발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잔혹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요? 바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인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입니다. CPTED는 ‘범죄란 치밀한 계획으로부터 저질러지기보다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발생빈도가 달라진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의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만들고, 주변에 낮은 나무들을 심어 시야를 확보하며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 또한 어두운 등을 밝은 등으로 교체하고 아파트와 주택 밖의 가스 배관을 사람이 오를 수 없도록 만드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CPTED 설계기법은 1970년대 초반에 미국의 오스카 뉴먼이라는 학자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뉴먼은 CPTED 설계기법을 적용하여 만든 프로젝트 마을을 통해 환경설계만으로도 범죄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뉴먼의 유명한 이 사례 이후, CPTED 기법은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 막는 디자인, 'CPTED'
CPTED 설계기법은 우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2년 마포구 염리동, 관악구 행운동, 중랑구 면목동, 용산구 용산2가동 등 4곳에서 CPTED 사업을 실시했고, 2016년 8월까지 금천구 가산동, 강북구 삼양동, 노원구 상계3·4동, 동작구 노량진 1동, 성북구 동선동, 양천구 신월3동 등 6곳의 환경 개선을 마쳤습니다.
<CPTED가 적용된 대구 ‘여성안심 귀갓길’>
출처 : 동아일보
①대구 ‘여성안심 귀갓길’
최근 대구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CPTED 설계기법을 활용한 여성안심 귀갓길 구간을 스무 군데 조성하였습니다. 조성된 안심귀갓길은 평소 어둡고 범죄 신고가 잦은 곳입니다. 각 구간은 50~70m 간격으로 형광도료를 활용하여 노면에 표시하고, 신고자 위치가 표시된 위치번호판 및 LED 방범 등을 설치했습니다. 위급상황 발생 시, 위치번호판에 새겨진 번호로 신고할 수 있게 되면서, 범죄에 취약했던 어두운 골목길이 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하였습니다.
②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프로젝트’
마포구 염리동 골목은 좁고 복잡하여 주민들의 범죄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서울시는 치안이 불안한 염리동을 CPTED 시범마을로 지정, 안전한 마을로 조성하였습니다.
<CPTED가 적용된 서울 ‘염리동 소금길’>
출처 : 경찰청 공식 블로그
우선 서울시는 염리동이란 이름에 맞게 ‘소금’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소금길'이라고 명명한 1.7km의 좁은 골목길에 주민들의 운동 공간을 조성하여 해당 공간의 이용을 활성화시켜서 운동하는 주민들에 의한 감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염리동 곳곳에는 노란색 대문의 ‘소금지킴이 집’ 6가구를 지정하였습니다. 이 ‘소금지킴이집’은 위험에 빠진 이웃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주민들을 스스로 신청하여 지정된 것입니다. 지킴이집 앞에는 밤에도 불이 켜지는 조명과 IP카메라가 있습니다. 이 밖에 24시간 초소기능을 담당하는 주민 공동체 공간 ‘소금나루’와 주민자율방범대 운영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CPTED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의 범죄 불안감이 9.1%나 감소하였으며, 78.6%는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CPTED에 길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템페시는 ‘CPTED 조례’를 제정하여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의 공간 사용을 규제하고, CPTED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은 ‘범죄와 무질서법’과 ‘인권법’의 제정을 통해 범죄와 무질서의 감소가 정부의 중요한 임무이며 국민들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였습니다.
CPTED 법제화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경찰력에만 의존해왔던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입니다.
이에 따라 2016년 7월 27일, 윤재옥 의원은 경찰·지자체·관계기관·지역주민의 범죄 예방활동에 대한 참여와 협업을 유도하고, 범죄 위험환경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범죄예방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을 입법발의 하였습니다. 그간 CPTED 설계기법을 통해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방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아게 되면서 많은 지자체들이 이를 활용하였지만, 지역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된다는 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CPTED의 도입에 있어, 기준 준수의 측면에서, 또한 지자체들이 관련시책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한정된 치안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가 범죄예방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입니다.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강력범죄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관심이 절실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1.김예슬,김형보,「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적용이 도시안전과 도시재생에 미치는 영향」, 한국도시설계학회,2014.
2.김길섭, 「안전한 도시를 위한 CPTED 적용 방안에 관한 연구」, 한세대학교, 2008.
3.박현호,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의 필요성 고찰」, 용인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2008.
4.장영훈, 대구시 ‘셉테드’ 활용 여성 범죄 줄인다, 『동아일보』, 2016.09.06.
5.이준희, 국회, 27일 법률안 접수현황, 『의회신문』, 2016.07.28.
6.이승연, 노란 길을 따라 거니는 소박한 동네... 골목탐방기, 염리동 소금길, 『매일경제』, 2015.11.11.
7.서울시
8.경찰청 공식 블로그
8.범죄예방디자인연구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