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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도시의 가치

[ 웹진19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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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혹은 ‘대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아마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는 도시가 여러 요소를 지니고 있는 복합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의 이미지를 다르게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합체로서 도시를 읽기 시작하면 다양한 도시의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와 집 그리고 사람의 관계를 정의함으로써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 읽기’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도시, 건축, 사람
  복합체로서의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 건축, 사람이 그것입니다. 먼저 사람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별 공간인 ‘집’이 필수적입니다. 집으로 대표되는 건축은 도시를 물리적 실체로 나타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의 요소입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개별 공간을 ‘집’으로 규정하면, 빌딩은 개별 공간들이 밀도 있게 모인 커다란 집, 그리고 우리가 사는 주택이나 아파트는 그것이 가족 단위로 조합된 비교적 작은 집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집인 건축은 도시를 채우기도 하고, 집이 아닌 공간을 빈 영역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채움과 비움의 영역은 서로 얽혀 중심을 형성하고, 마치 유기체와 같은 이러한 중심은 점차 확장되어 도시의 경계를 이루게 됩니다.

 

  이처럼 도시는 집과 사람이 얽힌 복합체입니다. 도시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도시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며, 삶을 위한 개별 공간인 집이 도시에는 필요합니다. 즉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집에 의한 관계로부터 정의됩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도시 읽기의 도구, ‘레이어’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과 건축을, 건축과 도시를 잇는 조화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도시재생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때 우리는 도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과거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므로, 매번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개념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여러 개념들은 사람들의 곁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도시적 관점에서 이러한 흔적을 ‘레이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 겹으로 존재하는 층’이라는 뜻입니다. 도시재생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다양한 레이어들을 차근차근 읽은 뒤 그것을 나름의 방법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겹의 레이어를 통해 드러나는 도시의 이야기 위에, 새롭게 덮어씌울 레이어의 키워드를 찾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것들이 고려될 수 있지만 도시를 위한 새로운 키워드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며, 그 결과는 항상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갈망하는 새로운 요구,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은 무엇일까요?

도시의 새로운 레이어: 문화
  도시 형성의 기원을 사람이라고 했듯, 대부분의 초기 도시는 주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집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중심지와 권력이 생겼으며 다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성곽이 생겼습니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도시의 영역은 급격히 팽창하였고, 자동차의 발전은 이를 가속화시켰습니다. 도시들은 이제 보다 넓은 영역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기능적인 완성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기능적 발전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기능적 발전으로 인한 도시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거에 도시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대응, 즉각적이고 빠른 대응을 지향하였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도시의 기능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동시에 여러 도시의 고유한 개성을 상실시키고 획일화된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획일화된 도시가 부정적인 문제들을 발생시킴에 따라 이제 도시는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완성되고 한층 여유가 생긴 도시는 더 이상 기능적 발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금 도시에게 필요한 새로운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해답의 실마리 역시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통신의 발달로 정보의 국경이 없어진 지금 한 사람이 속한 사회는 현실 사회뿐만이 아닙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서 우리는 물리적 사회와는 다른 공동체를 경험합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이 가상 세계의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한 개인에게 이러한 변화는 개성의 표출이며, 그 개인들이 모인 도시 전체적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는 개인의 개성이 모여 도시 전체 규모에서 드러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는 ‘도시의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문화는 오늘날의 도시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새로운 개념입니다. 문화는 개인의 개성 표출의 연장이며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각 개인의 존재 가치를 드러나게 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도시재생과 문화: 빌바오와 대구
  이미 기능적으로 잘 완성된 도시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꾸준히 축적된 레이어를 잘 정리하고 그 밑그림 위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는 일입니다. 즉 도시의 고유한 개성을 담은 문화의 레이어를 적절하게 덮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재생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요? 문화적 도시재생은 건축적으로 공공의 장소를 만들고, 문화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이를 도시와 적절히 연관시켜 배치시키는 일입니다. 도시가 건축과 사람이 얽힌 복합체이기 때문에 건축을 통해 도시재생을 실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건축으로 실현된 공공의 장소는 한편으로 도시를 대표하고 도시의 특성을 나타내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적 장소를 확장시키는 것은 가상의 공동체가 아닌 우리의 현실 삶 자체에 집중하게 함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단순하지 않고 다양성을 그 속에 품은 도시의 레이어는 각각의 색을 띠며 도시에 전에 없었던 아름다운 흐름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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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예술문화 지구 전경>
출처 : 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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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구겐하임>
출처 : www.guggenheim.org

 
  이러한 성공 사례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들 수 있습니다. 빌바오는 1300년 무렵 빌라(Villa)라고 불리던 중세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1500년대 무역 및 선박 사업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1800년대에 이르러 석탄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말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빌바오의 경제는 무너집니다. 이런 상황은 도시 전체를 광범위하게 침체시켰지만 빌바오는 소위 ‘문화적 장소’를 잇따라 만들어내면서 도시재생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대구도 오늘날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빌바오와 많이 닮았습니다. 다양한 도시의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고 있는 대구시에서, 문화가 단순한 즐길 거리가 아닌 도시적 레이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장소’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이는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가치로 전환시켜 도시의 성장을 이끌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재생시킬 것입니다.

  도시재생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를 읽는 레이어로 ‘문화’에 주목했던 것처럼 사람을 둘러싼 대부분의 일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도시의 레이어는 앞으로도 점점 쌓여 가겠지만, 그 미래를 상상하는 방법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가치, 그것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무한한 에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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