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9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11-24
‘자생(自生)하다’
지난 11월 22일 화요일 오전 10시, 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 앞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로 수성구 마을대학에서 진행하는 집수리 아카데미 수업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성구 마을대학은 수성명품 단독주택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수성구에서 범어2동과 만촌2동을 대상으로 시행되어 온 사업입니다. 마을대학은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마을리더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마을대학의 교육은 수성구의 위탁을 받은 ‘수성구 더불어 행복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6년 상반기에 ‘도시가 꿈꾸는 고향, 수성명품 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로 1기 마을학교가 진행되었고, 이번 마을대학은 2기째로 ‘재생에서 자생으로, 우리 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로 진행 중입니다. 이 날은 이번 아카데미의 마지막 수업 날이었습니다. 수성명품 단독주택지 조성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마을대학 외에도 마을축제, 마을기업·협동조합 추진 등의 마을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그리고 물리적 환경개선사업(도로 개보수, CCTV·LED보안등 설치, 커뮤니티센터 조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업 시작모습>
출처 : 본인촬영
‘마을대학생’의 겨울을 녹이는 열정
기존의 마을대학은 범어2동과 만촌2동이 따로 운영되었지만, 이번 집수리 아카데미는 두 지역의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수업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수업에 참여하러 오신 주민들로 커뮤니티센터가 가득 찼습니다. ‘마을대학’인 만큼 진짜 학교처럼 참여 주민들의 출석을 부르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니 어수선하던 강의실 분위기가 조용해졌습니다. 수업의 주제는 주민 어르신들도 직접 제작이 가능한 ‘온열판 만들기’입니다. 이번 수업은 ‘서구 주민자치회 마을목수학교’ 소속의 강사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마을목수학교는 서구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처럼 대구의 여러 곳에 초빙되어 강연을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학교나 여러 기업에서 퇴직하신 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직접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리나 점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도움을 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이러한 마을 자치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마을이 ‘자생(自生)’할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 대구의 여러 곳에서 이러한 주민자치회의 활발한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은 먼저 온열판 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직접 제작을 시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재료는 구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어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라는 수업의 취지가 엿보였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마을대학생들은 뜨거운 학구열을 보여주었고, 강의를 하시는 선생님 또한 열정이 넘치셨습니다. 제작 시연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연 중에는 석고를 직접 바르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직접 시연에 참여해 작업을 완성시키는 학생도 있었고, 온열판의 원리에 대해 강사님께 자세히 물어보는 노력도 보였습니다. 역시나 배움에 있어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열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온열판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강사님>
출처 : 본인촬영
마을을 위해 ‘스스로 함께’ 가꿔간다
수업에 참여하신 마을대학생 한 분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시다가 곧 여러 가지 의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경로, 그리고 아카데미를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카데미 신청을 했지만 꾸준하게 참여를 하지 못하시다가 마지막 수업에 참여하시게 된 범어2동 주민분은 동네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수업 때마다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수업을 들어보면서 새로운 기술을 접했는데, 온열판을 직접 내 손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다는 소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열정적인 수업 분위기 가운데서도 유난히 열띤 토론을 하고 있던 주민 두 분께 인터뷰 요청을 드려봤습니다. 두 분 중 한 분께서 본인을 그저 주민이라고 소개하시며 소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분의 참여 계기는 ‘범어2동 명품마을 만들기 추진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카데미에도 참가하게 된 경우였는데, 추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도시 가스 교체, CCTV과 보안등 설치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민들 스스로 ‘꽃길’이라고 불리는 계단을 스스로 꾸미고 가꾸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달 말에는 도로 포장작업도 완료되어 마을이 더욱 깨끗한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가꾸어 나가면서 마을이 점점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바뀌어간다는 점에서 주민 자치 위원회의 중요함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자치회 없이 모든 주민들이 함께 나서서 마을 재생에 힘을 실어준다면 그것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실현되기가 어려운 일이기에, 이처럼 앞장서서 나머지 주민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자치회의 노력은 중요할 것입니다.
범어2동의 자치 위원회는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도 잊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이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보여주셨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수업의 소감으로는, 이웃 주민들이 수업 때마다 작지만 손수 음식들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을 통해 이것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마을 개선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합을 설립,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웃들을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시연과정을 열심히 듣는 마을대학 주민 모습>
출처 : 본인촬영
주민 스스로 가꿔나가다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범어2동이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마을 재생을 위한 많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다른 지역민들에게 자신들의 성과에 대해 소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해냈고 여기에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구청 등 관의 노력도 컸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