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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리부팅, 삶터에서 배우고, 일하고, 자라기

[ 웹진23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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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월이다. 새로운 달력을 앞에 두지만, 다를 것 없는 일상들과 다를 것 없는 일감들이 눈앞에 있다. 지난해의 실수와 잘못들이 새해가 되면서 리부팅 될 것도 같지만, 내 마음이 달라지지 않으니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1도라도 내가 몸담은 세상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며 소소한 결심과 함께 새해를 시작한다. 이렇게 나의 삶을 들여다보고, 살아가는 방식과 외부를 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일이 새로운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는 4차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우리는 놓여 있다.

지그문트 바우먼의 책 “액체근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성문 안에 갇혀 있던 ‘고체근대’를 지나, 철도와 도로, 컴퓨터를 통해 자유롭게 사람과 정보가 이동되는 ‘액체근대’를 맞이했다. 고체의 시대에는 특정하게 규정된 공간이 중요했다면, 액체의 시대에는 속도의 개념을 갖는 시간이 중요한 시대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기체현대는 아닐까?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발산하는 방식이 달라져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름을 만들어 내던 액체를 넘어서 순간순간 개별로 기화되는 ‘기체현대’에 살고 있다. 물이 기화되어 공기 중에 개별입자로 떠돌 듯이,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손안에 스마트폰을 통해 SNS 공간에서 정보를 수렴하고 발산하면서 개인의 생각들이 기체입자가 되어 개별적으로 떠다닌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기화된 생각들은 뚜렷한 응결점을 찾지 못하고 좀 떠다니다 소멸하지만,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생각에는 응집력이 생긴다. 하나 둘 그리고 백만이 모여들어 거대한 구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에서 존재하던 거대한 구름은 계기적 사건(촉매)이 있을 때 액화되어 우리의 몸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공간(리얼스페이스)에 표출된다.

1년 전 촛불집회를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미디어를 다양한 매체로 접하고,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찾고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개별화된 불특정 다수가 광화문광장이라는 리얼스페이스에서 만나서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 시대는 시간의 개념을 넘어선 ‘기체사회’를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경제는 기체사회에서 중요한 촉매제다. 개별화된 개인이 책임 있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재결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  

도시설계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들을 볼 때, 시간, 사람과 함께 다시금 공간이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강력한 집단의 이미지를 만드는 종합적인 미디어로서 작동하는 광장과 같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는 도시 공간에서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24시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편리하고 개성 있는 공간,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공간, 처음 만난 사람들도 쉽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도심에서 만날 수 있을 때 앞으로의 도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상업공간의 경우, 개성 있는 형태의 건축과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차별화된 콘텐츠, 특별한 취향 등이 SNS에서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된다.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했던 장소는 순식간에 명소가 되고, 그 주위의 풍경이 일순간에 달라졌다. 

기체의 응결은 밀도가 핵심이다.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저밀도의 다핵화된 공간들도 나타나겠지만, 동시에 도심은 고밀 집중되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는 이유가 응결점을 만드는 주제에 따라 다양해질 것이고, 다양한 주제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단일의 목적공간보다는 연극무대처럼 유연한 다목적의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의 중심지, 동네의 중심지 등 일정영역의 중심공간, 이를 연결하는 집단이 중요해질 것이다. 아마도 내일의 도시는 기화화된 개인이 깨어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도시여야 할 것이다. 세상을 진보시킬 더 나은 주제(응결점)를 중심으로, 창조적 지식정보를 수렵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실현되는 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은 중심공간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요구될 것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동네에서는 이 현상이 어떻게 나타날까?
우리나라에서 단독주택지에 산다는 것은 일부 및 특별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소득층 주거지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 다양한 성격의 길을 중심으로 색다른 근린상업지들이 형성되면서 서울의 북촌, 서촌, 경리단길, 성북동, 연남동 등의 단독주택지들이 부상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단독주택지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넓은 마당을 가진 저택이나 고급형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근린적 삶에 대한 즉 이웃과 동네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차별화된 문화적 삶에 대한 수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유형의 단독주택지들은 사회적 통합을 논하고 실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대상인 것이다.

아직 소득이 높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저렴한 주거와 사무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복지와 문화공간을 확충함으로써 동네의 매력도를 증진한다면 그 오래된 동네가 어떻게 변할까? 또 동네 어귀의 비어있는 근린상가나 공공시설에서 동네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목적의 근린재생사업들이 펼쳐진다면 그 동네는 어떻게 될까?
빈집에 신 계층이 스며들고, 젊은 계층들로 인한 지역사회의 결속과 역량 강화의 기회가 잦아지고, 또한 사회적 다양성을 높이게 되면 30~40년 전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골목길 문화도 다시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동네살이’라는 말도 등장할지도 모른다.
바로 오래된 동네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최적의 공간인 것이다. 이제 사회적 통합의 문제를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 속에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동네로 옮겨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래된 근린에서는 주택의 필터링 과정이 일어남에 따라 오래된 주택은 지불 가능한 저렴 주택이 되고 동시에 새로 개발되는 주택은 건물 연령의 혼합을 가져와 다양성에 기여한다.”(제인 제이콥스, 1961)

이러한 시나리오가 진행되려면 일반적인 공공정책 외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동네살이를 촉발할 수 있는, 그 동네에 들어갈 수 있는 동인과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적 접촉의 기회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때 요구되는 것이 ‘준공공 민간’의 존재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돈을 들여 기부나 자선활동,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월마트가 저소득층을 위해 불과 4달러에 필요한 약품을 판매한 것이나, 네슬레가 2500억 원을 들여 커피 농가의 환경개선에 투자한 것은 단지 돈을 푸는 자선 행위가 아니라, 사업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활동이었다고 한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결국 이 얘기의 결론은 사회를 지속해서 변화시키는 주체는 공공이 아닌 민간이란 것이다. 자기발전형의 다양한 민간 활동들은 대량 공급형 생활 방식이 가져오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촉매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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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공 민간’의 육성 체계> 

  

 

그들의 활동은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일감들을 가져오게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제, 문화적 의미의 가치들을 거둘 수 있게 할 것이다.
최근 사용하는 용어로, 그런 개념을 ‘공유가치’라 하고, 이 가치가 생성되는 현상을 ‘공유가치의 창출’(CSV_Creating Shared Value)이라 부른다. 공유가치도 물론 경제적 이윤을 추구한다. 그러나 돈이 초점이 아니라, 척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상부상조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준공공 민간의 활동을 통해 이웃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참견받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정한 도움을 서로 인지할 수 있다면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맑고 차가운 우물을 발견한 만큼이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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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공공육성을 위한 변화촉진 일감이란?>

(주) 싸이트플래닝 대표 한 영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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