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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리노, 민관협력 거버넌스로 새롭게 태어나다

[ 웹진 4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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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산업화로 위기를 맞는 서구 공업도시들
서구 선진국의 공업도시들은 1970년대 들어 제조업의 사양화로 대표되는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 현상을 겪으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런 도시들로는 미국의 디트로이트(Detroit), 피츠버그(Pittsburg), 영국의 쉐필드(Sheffield), 글래스고(Glasgow), 독일의 도르트문트(Dortmund), 이탈리아의 토리노(Torino) 등이 있습니다. 이 도시들은 탈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 공동화로 인해 방치된 공업용지를 재개발하고, 각종 서비스산업 및 문화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중 이탈리아의 토리노가 모범적인 도시재생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되어 토리노가 제조업의 사양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도시재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토리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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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노의 위치(하늘색 화살표) >
출처 : Google Maps


토리노는 이탈리아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로서, 알프스 산맥에 인접해 있는 도시입니다. 이탈리아어로 토리노(Torino)라 부르며, 영어로는 튜린(Turin)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1500년이 넘게 여러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던 이탈리아의 통일운동(Risorgimento)을 주도한 19세기 사르데냐 왕국의 중심지 또한 이곳이었습니다. 현재 인구는 약 90만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대표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가 바로 토리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아트는 1899년 설립된 이탈리아 최초의 자동차 업체로서, 지난 100여 년 동안 토리노의 산업화를 주도하고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아트가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 경향으로 인해 피아트는 자동차에만 집중하던 사업을 철강, 부품 생산 등으로 다각화하였고, 생산시설을 이탈리아 남부지방이나 해외로 이전하여 토리노에 집중되었던 산업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토리노에서의 생산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었고,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기존에 토리노에서 운영되던 피아트의 대규모 공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음에 따라 폐공장 부지가 흉물스럽게 남게 되고, 피아트 공장의 폐쇄로 인해 관련 부품업체들이 연달아 도산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토리노의 인구도 전성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빈 집이 늘어났으며, 범죄 역시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토리노가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입니다.

토리노의 도시재생사업
토리노의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도심 재개발 사업, 시장 재개발 사업, 컨벤션 산업 육성 등으로 요약됩니다. 토리노시는 우선 도심 재개발 사업을 통해 피아트의 공장 지구였던 링고토(Lingotto) 지구의 건물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쇼핑센터를 조성하고 컨퍼런스 센터를 신축하였습니다. 피아트 본사가 있던 미라포리(Mirapiori) 지구는 신산업 공간으로 재개발하여 첨단 정보통신업체 및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였습니다. 철도역 등이 있던 기존 도심 스피나(Spina) 지구 또한 기존 시설과 공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연구개발, 쇼핑, 업무, 여가 등의 공간을 조성하였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시장 재개발 사업 'The Gate'를 통해 도심 상가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전통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여 환경오염과 범죄를 완화하고 고용을 창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컨벤션 산업 육성을 통해 2006년 동계 올림픽, 200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2008년 국제 건축대전 등을 유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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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피아트 공장 부지에서 쇼핑몰, 호텔 등으로 개보수 된 링고토 지구>
출처 : 신동아(2015년 11월호)

 

토리노가 이처럼 활발하게 지역재생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과거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피아트가 지속적으로 산업시설을 지역 바깥으로 내보내 도시 내부에 여유 공간이 생겼고, 이로 인해 토리노에 미치는 피아트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피아트가 중앙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지역의 정치, 경제를 좌우하였기 때문에 어떤 도시계획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늘 피아트가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아트가 토리노 내의 생산 설비를 줄이면서 자연스레 도시재생정책을 위한 비전을 정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토리노는 ‘전략적 계획’ 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져 전문가, 공무원, 정부기관, 민간단체 및 협회 등이 모두 이 계획에 동참하게 됩니다. 시장(市長)과 이를 지지하는 ‘토리노 국제협회’가 주축이 되어 각종 주체들의 역할을 조정하고 사업추진과정을 모니터링하며, ‘ITP’라는 민관협력기구를 만들어 토리노를 대외에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였습니다. 즉, 시 정부는 사업 추진자(정책 추진자)가 되며, 기업들은 이러한 사업(정책)을 지원해주었던 것입니다.
이 사업은 1차 및 2차 계획으로 나누어 1차 계획은 1997년부터 시작하여 2010년을 목표연도로 정했습니다. 1차 계획에 따라 도심재생프로젝트들이 성공하자, 2002년에는 2020년을 목표연도로 정하여 제2차 전략계획을 마련하게 됩니다. 2차 계획은 토리노시 곳곳의 공장 부지를 포함하는 도심 재개발 및 역사적, 예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건물들을 도시의 중심을 따라 새롭게 배치하는 것, 그리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유치로 요약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토리노는 도시경관을 개선하는데 성공하였고, 각종 국제행사 유치에도 성공하여 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였으며 지역 홍보 효과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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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시의 중심 산 카를로 광장>
출처 : 신동아(2015년 11월호)

 

 

 토리노의 성공 열쇠 - 민관협력과 거버넌스(Governance)
토리노는 피아트 공장이 도시 외부로 이전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도시재생정책을 추진했지만, 그럼에도 ‘민관협력’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토리노 국제협회'와 '민관 협력 투자 유치단(ITP)'이 토리노 도시 재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토리노는 무조건 철거와 재개발을 외치지 않았습니다. 낡은 공장을 포함한 기존 도시의 역사적 건축물들을 보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토리노는 문화적 도시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효율성과 아름다움은 물론 도시의 정체성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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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피아트 본사(좌) 현재 피아트 본사(우)>
출처 : 허정도의 도시이야기

 

 

 과거에는 정부 중심의 정책 수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부는 정책을 하달하고, 주민들은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민들이 정부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정책추진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주민 참여’는 주요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주민들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개념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토리노의 도시재생은 이런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모범적으로 수행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토리노에서는 민관협력을 통해 모든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관(官)’은 가능한 많은 ‘민(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비전을 정립하고, 그들이 정책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민(民)’은 ‘관(官)’이 내세운 비전과 정책을 수행하면서 정책 추진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민주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민주적으로 그것을 집행하는 것이 진정한 민관협력이자 거버넌스의 본래 의미입니다. 한국의 도시들도 도시재생정책을 추진하고자 할 때는 이 점을 꼭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박현재, 2016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D-Urban FD)

 

 


<참고문헌>
1. 신동호, 선진공업도시의 지역재생정책에 관한 연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8.04.
2. 김영재, 한국 정부의 거버넌스 유형에 관한 연구, 단국대학교 대학원, 2009.02.
3. 강지남, 올림픽으로 도시 재건 伊 4대 관광지로 부활, 『신동아(薪東亞)』 ,2015,11.
4. 허정도와 함께하는 도시이야기, http://www.u-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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