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19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9-25
“그 도시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시장으로 가 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시장은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한 눈에 만날 수 있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곳입니다. 우리는 시장을 곧 삶을 담은 그릇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지역의 한복판에서 우리네 삶에서 커다란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전통시장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등장에 밀려 쇠락하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낡고 불편한 전통시장은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주변 지역까지도 빠르게 슬럼화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상권의 공동화와 슬럼화로 이어져 지역의 골칫거리를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전통시장 재생을 위한 다양한 활성화 방안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낡은 시설을 현대화 하고 전통시장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살리는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광주 ‘1913 송정역시장’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본인촬영
1913 송정역시장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 추진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103년 전 태어난 송정시장 ‘최초의 시간’을 모티브로 오래된 것과 현재의 것을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 먼저 ‘1913 송정역시장’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가게를 허물거나 획일화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점들이 가진 과거의 흔적을 남기되, 그곳에 새로움을 더해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새로운 풍경을 디자인했습니다. 옛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광주 송정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1913 송정역시장은 현재 방문객 수가 스무 배 이상 증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전통시장 활성화의 모범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과가 상인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 모두의 노력이 더해진 것이라는 데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1913 송정역시장’
현대카드 프로젝트팀은 백 년 동안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날줄과 씨줄처럼 엮인 곳, 그래서 송정역의 시간이 나이테처럼 아로새겨진 송정역 시장의 전통을 지키면서 활기를 더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2015년 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유럽과 일본 등 해외의 전통시장 모델을 분석하고, 상인 인터뷰와 간담회,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태어난 새로운 브랜드가 바로 ‘1913 송정역시장’입니다. 시장이 처음 생겨난 해를 강조한 BI는 유서 깊은 역사를 드러내고 지리적 위치를 더해 고유성을 담았습니다. 푸근한 전통과 세련된 현재가 만나는 특별한 장소, 그것이 ‘1913 송정역시장’의 출발점입니다. ‘바꾸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지키기 위한 변화’ 송정역시장의 새로운 브랜드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러한 브랜딩 디자인은 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이곳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시장 입구의 대형 시계는 시장의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 상징물입니다. 송정역 시장이 소중한 과거와 희망찬 미래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도 이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이곳 시장 가게들은 간판의 글씨, 가게의 형태, 인테리어의 색상 등 적어도 한 가지씩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 시장을 걷다 보면 바닥 곳곳에서 건물의 최초 준공 연도를 새긴 동판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 동판은 시장의 역사와 전통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바닥 패턴 오브제로, 이를 통해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그 길을 걷는 특별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설치된 것입니다.
입과 눈을 사로잡는 ‘1913 송정역시장’
1913 송정역시장은 전통과 최신 트렌드의 공존으로 특별하게 거듭났습니다. 현대카드 프로젝트 팀은 기존의 광주 송정역 대합실과 역사 주변에 먹거리가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청년 상인 유치 및 지원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청년 상인들은 개성 있고 특별한 아이디어로 송정역 시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고, 이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간판과 입구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처럼 1913 송정역 시장에서는 기존 상인의 노련함과 젊은 상인의 신선함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손과 발이 가벼운 ‘1913 송정역시장’
작은 간이역인 송정역 앞에 있다고 ‘송정역 매일시장’이라 불리던 시장은 이제 KTX와 SRT의 개통으로 유동 인구가 하루 평균 약 1만 6천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주목한 현대카드 프로젝트 팀은 ‘기차역 앞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고속철도 이용객들이 부담 없이 이곳 시장을 방문하는 데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 1913 송정역시장의 야외 쉼터에 열차 시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왔고, 또 바로 옆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무인물품보관함을 두어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손과 발을 편히 쉬게 합니다. 광주 송정역 앞 시장에서, 과거와 현재는 이토록 기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1. 『지금, 여기 한국의 디자인 이슈 40-5』, 월간디자인
2. 김수, 『광주송정역세권과 일본 오사카 시 난바역세권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본 역세권 도시재생 사업의 목표와 특징』, 한국철도학회 학술논문, 2017
3.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블로그, 『예스러움의 가치를 지니며, 새롭게 태어나다 –1913 송정역 시장』 ,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블로그, 2017
4. 현대카드 홈페이지
5. 한정화,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 메디치미디어,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