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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을 읽고

[ 웹진23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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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앞서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은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스물여덟 건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뉴욕시의 행정구역(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의 지도와 함께 그곳들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시작합니다. 특히 공식적인 행정 단위가 아니라 자치구 내의 세부적인 각 지역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동네(Neighborhood)’라는 명칭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이들 ‘동네’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인 DW 깁슨은 인터뷰를 소개하기에 앞서 “『두 도시 이야기』 이야기를 자주 한다”라고 밝히며 “불평등에 대해서, 어딘가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어딘가는 한참 낙후되는 일에 대해서”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부동산 업자, 부동산 중개인, 건설업자, 건축가, 변호사, 주민, 지역주민회 회장, 지역개발공사 직원, 소송에 휘말린 세입자, 대학 교수, 건물주 등 그들 각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지역과 관계를 맺은 방식에 따라 정의해볼 수 있게 하며, 동시에 구체적인 사연과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접근하면서 자연스레 독자들을 뉴욕 도심 곳곳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뉴욕의 ‘목소리들’

1) 트칼라 키튼(브루클린 토박이 부동산 업자) / 에덤 시코르스키(부동산 중개인)

  부동산 업자인 트칼라 키튼은 “브루클린이 개발되어서 쫓겨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있어도 그건 쫓겨난 게 아니었어요.”라고 말합니다. 공간 자체가 삶의 일부라고 믿는 그는 아버지를 여의고 엄청난 빚을 갚느라 고생했습니다. 브루클린이란 세상에서만 있다가 그곳을 떠나 레퍼츠 가든스로 간다고 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만류할 것입니다. 그는 어수선하고 정글 같은 뉴욕을 헤맬 때 자신이 브루클린의 중심부에 있으며,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는 브루클린에서의 삶을 시시콜콜 꺼내어 얘기하며, 브루클린을 영화, 편집, 음악 작업, 디자인 작업 등이 모두 가능한 장소라 여깁니다. 그는 마치 한 세상을 손에 넣은 듯, 브루클린 그 자체를 손에 넣은 듯 행복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합니다. 모든 장소에는 고유의 가치가 있고, 도전해볼 거리가 있다고 여기는 그는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을 개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논쟁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우려되는 점이라고 밝힙니다. 뉴욕시가 펼치고 있는 ‘안정화 정책(rent stabilization)’은 건물의 가치와 관계없이 임대료를 일정 수준에서 고정하며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어도 재계약을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러한 정책은 건물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브루클린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남게 합니다. 여기에서 공간을 아끼는 트칼라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브루클린 사람들은 네 부류로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pp.25-26)

  한편 부동산 중개인인 애덤 시코르스키 씨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더럽고 나쁘고 끔찍한 단어라고 말하는 것도 쉽다.”라며 부정적인 프레임에 대해 경고합니다. 그는 부동산 중개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애덤은 집을 소개하는 방식이 중요하며 그 과정이 섬세해야 계약을 망치지 않고 최대한 문제점이 완화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누구는 무언가를 구매하고, 누구는 무언가를 얻어서 모두가 행복하게 헤어지는 모습이야 말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하지만 그 역시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또 수요자들의 심리를 읽지 못할 경우 감당해야할 위험에 대해서도 불안해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할 때 갖고자 하므로, 적절하게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차분한 태도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애덤은 브루클린의 예를 통해 ‘쿨함’이 경제적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말하며, 이주민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또 집을 사고 수리한 다음에 다시 팔아 이익을 얻는 것에 대해서 수요자들이 분노하는 것에 대해 ‘가격은 시장이 정할 뿐’이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프레임을 여기에 덧씌워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 누구나 뛰어들어 이익을 거둘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의 원리를 어긋나게 하는 프레임을 씌워 부정적인 시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바라보는 부동산 중개인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p.50)

 

2) 바버라 윌리엄스(공공주택단지 지역주민회 회장) 및 아티 윌리엄스(그녀의 남편)

  “우리는 함께 싸워서 변화를 일으킬 거예요.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집단은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바버라 윌리엄스 지역주민회 회장과 그의 남편 아티 윌리엄스는 수동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스스로가 나서는 행동을 긍정합니다.
  특히 경찰의 불심검문 등 국가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정책에 대한 반대를 계기로 지역주민회가 새롭게 활성화되어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이웃과 신뢰를 쌓으면서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지역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일하며 주민센터에서 함께 스포츠를 즐기거나 공부도 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시민이 되는 법을 가르치고, 또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떠나는 등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긍정합니다. 또한 주민회의 결속을 단단히 하며 이를 위협하는 이들에 대해 경고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토록 주민회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함께 싸우고 함께 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3) 투생 워샘(소송에 휘말린 세입자) / 에브라임(주택임대업자) / 노엘리아 칼레로(쫓겨날 위기에 처한 세입자)

  ① 투생 워샘,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는 않아요. 결국 집주인이 이 싸움에서 이기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어요.” p.200
  ② 에브라임, "피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 단 1달러도 없어요. 결코 쉽게 번 돈이 아니에요.“ p.215
  ③ 노엘리아 칼레로, “브루클린은 우리를 위해 변한 게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변한 거였죠.” p.298

  ① 어떤 사람들은 임대료가 안정적인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들이 건물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일부 정치세력과 합세하여 세입자들을 쫓아내면 훨씬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그 정의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트렌디피케이션, <뉴욕타임즈>의 브라운스토너비아 등 여러 단어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태도는 분명한 사실만을 취급하는 과학자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명확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는 이처럼 세입자와 집주인과의 끝없는 다툼을 이어가기보다는 세입자가 집주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세입자일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될 때 세입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걸 반대하는 집주인도 생겨남으로써 그 의미가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② 애브라임은 자동차 구매와 같이 부동산을 매매할 때의 양도 증서와 채권도 일종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는 은행이 집을 압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생기는 5,6년 정도의 기간 동안 집주인에게서 부동산 양도 증서를 구매하고 이를 세 놓아 은행이 집을 가져가기 전에 집세를 얻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살짝 올랐을 때 가지고 있던 융자의 일부와 시장의 가격이 비슷해질 경우 융자를 갚아버리고 건물을 완전히 소유하게 되기도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융자의 경우 은행이 집을 가져갈 때까지 기다리며 집세를 걷는데서 만족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입자들과 여러 갈등을 겪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이며, 자신들의 일이 모두 소박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③ 다운타운 브루클린은 법원을 중심으로 각종 공공기관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여전히 건물주의 변호사의 비꼬는 말투와 끈질긴 이의 제기로 인해 세입자의 의견이 제대로 언급되지 못합니다. 판사는 이를 지적하기 보다는 용인합니다. 이러한 법정 분위기에도 노엘리아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무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합니다. 처음에는 “세입자의 행복이 건물주의 행복”이라는 선의를 믿고 입주하였으나, 여러 차례 건물주가 바뀌면서 결국 동의하지 않았지만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건물주의 의도는 세입자들을 쫓아낸 다음 집을 수리하여 월세를 올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일방적으로 내몰렸습니다. 노엘리아의 사례가 특별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들과 같이 힘없는 세입자들은 재판에서는 졌지만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도 하고 정부를 통해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 사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하는 인터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산’이 아닌 도시를 생각하다

  저자도 언급하듯 ‘젠트리피케이션’의 용어는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가 1964년 묘사한 런던의 모습에서 계급투쟁의 논리를 도시학에 도입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특히나 ‘침략’을 당한다는 꽤나 격한 표현 때문에 논쟁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소유한 ‘땅’이 자본에 종속되어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꾸며 런던을 넘어 미국에서조차 땅과 재산권을 놓고 싸우는 것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묘사합니다. 당시 ‘트렌디피케이션’이나 ‘브라운스토너비아’와 같은 여러 용어가 등장했음에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원 때문일 것입니다. 젠트리(Gentry, 토지를 가진 계층)는 소유한 토지를 통해 상품 혹은 가능한 한 이윤을 내려고 하며, 토지를 곧 상품이나 재산으로 보도록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역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이 곧 그 지역에 돈을 가장 많이 가져다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아 위버의 지적처럼 “뉴욕 시의 주거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실제로 건물을 소유한 사람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지역사회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는” 현실처럼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과거 디트로이트의 사례와 같이 우리가 ‘재산’이라는 개념에 갇혀 토지를 바라보고 더 나아가 그러한 관점에서 도시를 대한다면 도시의 진짜 가치는 결국 무너질 것입니다.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을 읽으면서 뉴욕 시민들의 목소리에 우리의 상황을 비추어 보게 됩니다.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여러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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