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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재발견’을 위한 백과사전, <대구 新 택리지>

[ 웹진22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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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은 아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필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진다 해도 정확한 자료를 얻기 쉽지 않고, 개인이 살펴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기란 꽤 어려운 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덜어 줄 ‘대구 백과사전’ <대구 新 택리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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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新 택리지 (북랜드, 2007)> 

모두의 가치를 위한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도시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재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러한 의견의 차이를 줄이고 우리 도시의 문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도시재생은 공동의 가치를 찾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도시적 관점으로 도시를 읽어야 합니다. 도시를 이렇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의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의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지닌 공동의 가치를 담은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역사를 공부하고 공동의 가치를 찾는 것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과정이면서 도시재생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선행되어야 할 작업입니다. 

도시의 가치
  도시가 가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도시의 기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도시가 가치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잘 축적된 도시가 가치 있는 도시일까요? 각자의 관점에 따라 해답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재생적 관점에서 도시의 가치란 기술과 자본으로도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지속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좋은 도시는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받더라도, 그 흔적들을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거나 객관적으로 중요한 흔적만이 도시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의 지속성은 오히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소소한 흔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따라서 도시의 가치를 잘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도시를 채우는 우리의 작은 일상을 면밀히 살펴보고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이러한 작업을 개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구를 기록하다
  다행히 2002년 무렵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의 삶의 흔적을 살펴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단법인 거리문화시민연대’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거리와 골목을 중심으로 대구가 어떻게 시작되고 변화되어 왔는지를 알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하여 6년에 걸쳐 약 백여 명의 조사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역사책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대구의 작은 흔적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2007년 3월 이들은 오랜 답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대구의 현실이 반영된 살아있는 지도를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을 인터뷰 하면서 모은 자료를 엮어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이 바로 이번기사로 소개할 <대구 신 택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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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매우 방대한 양의 글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얼핏 보기에는 지루한 역사책처럼 보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대구를 산책하기 위한 가이드북’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택리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순히 큰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지리적 관점에서 대구의 곳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길과 골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대구 곳곳을 누비는 느낌마저 듭니다.

대구를 걷다
  이 책은 그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소한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흩어진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엮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집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업을 통해 시작된 대구에 대한 관심은 우리 대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들로 이어졌습니다. 2007년 책이 출판된 뒤 거리문화시민연대는 기존에 운영하던 ‘워킹투어’ 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히 운영하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더해준 것입니다.
  몇몇 시민운동가들이 모여 시작한 워킹투어는 <대구 신 택리지>가 출간된 이후 지자체에 의해 정책으로 채택되었고, 후에 행정적인 지원을 받아 중구의 대표적인 자원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역문화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대구를 소개하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대구
  올해는 <대구 신 택리지>가 출판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구는 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개발 위주의 변화와는 달리 대구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하나 둘 이어졌습니다. ‘대구 읍성길’ 조성, 북성로 건축물 리노베이션, 골목투어, 달성토성축제, 서문시장, 약전골목 등 대구만의 정체성을 찾아 도시 고유의 색깔을 가꾸고자 한 덕분에 대구는 훨씬 컬러풀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다채로운 색을 가진 도시가 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 변화들을 살펴보니 대구의 10년 뒤가 더욱 기대됩니다. 대구가 귀한 가치들을 품은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도시의 일부이고, 우리의 일상이 지닌 작은 이야기들로 도시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대구를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가꾸기 위해서, 우리는 10년 전 시민운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대구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구 신 택리지>를 통해 대구를 알고, 각자의 ‘택리지’를 써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참고자료>
1. 대구 新 택리지_ 사단법인 거리문화 시민연대_ 2007_ 북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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