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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 ‘마음을 연결하는 집’

[ 웹진18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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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문제를 다룰 때 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시를 이루는 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도시의 정의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도시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사람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은 결국 집이 많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의 본질이기도 한 주거에 관한 책을 소개함으로써 도시재생을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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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연결하는 집. 2014>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

 

 


근대적 도시 주거의 기원
  인류 최초의 주거 형태인 움집이나 우리의 전통적인 한옥을 제외하고, 아파트나 주택과 같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일반적인 집을 생각해 봅시다. 각자의 생활방식에 따라서 그 형태는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크기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거의 일반적 틀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주택’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주택은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되거나 개량되는 주택으로 주거전용면적이 1호당 또는 1세대 당 85m2(수도권, 도시 기준) 이하인 주택을 말합니다. 1980년대 이 모델의 보급으로 인해 한국의 집들은 비슷한 크기와 구성으로 만들어집니다. 주택 보급률을 높여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민주택은 어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우선 면적 ‘85m2 이하’라는 기준은 독일에서 왔습니다. 독일은 일찍이 산업혁명을 겪은 뒤 도시화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주택의 부족을 초래했고, 도시의 유지를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주거 유형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독일은 임대주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한 가족을 4인으로 제한하기 위해 84m2를 도시의 주거 면적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하거나 어떤 통계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시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철저한 자본주의적 계산으로부터 나온 결과였습니다.

근대 주거에 대한 의문: 1가구 1주택?
  독일에 비해 산업화를 늦게 겪은 우리나라는 독일의 임대주택 모델에 착안하여 국민주택을 보급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것에 아무런 의문 없이 살아갑니다. 네 명 정도로 구성되는 가족은 반드시 하나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대개의 사람들은 하나의 집을 가지는 것을 인생의 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마음을 연결하는 집>의 저자 야마모토 리켄은 집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야마모토 리켄의 물음처럼, ‘1가구 1주택 시스템’은 지금도 유효할까요?

  저자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주거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근대적 주거 관념의 바닥에 깔린 ‘1가구 1주택’이라는 전제가 우리 사회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원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리켄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입니다. 일본과 한국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함께, 일본이 한국 사회보다 15년 정도 앞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웃 일본의 도시 주거에 대한 제안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도시 주거에 대한 새로운 개념: 지역사회권
  저자의 제안을 위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회권’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개념은 지역 공동체가 견고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단어이지만, 단순히 ‘지역사회’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개념은 공동체의 개념에 그것이 건축에 의해 도시의 장소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목적을 더합니다. 즉 공동체가 주거의 단위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거의 단위를 ‘한 가구’가 아닌 공동체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유형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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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권 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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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권 모형>

 이 책은 대체로 이러한 지역사회권을 어떠한 체계로 만들고 실현할 것인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단위 공간의 자유로운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별 주거의 다양성을 실현하고, 이러한 개별 주거의 단계적 조합을 통해 하나의 마을 공동체가 완성되도록 합니다. 단위 공간으로 구성된 집이 모여 기본 그룹이 되고 이러한 기본 그룹은 다시 그들이 공유하는 시설을 통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더 큰 그룹을 만듭니다. 그 그룹은 공동체를 아우르는 공공의 장소를 중심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커다란 지역 사회권을 완성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지역사회권의 체계와 구체적인 운영을 시설 공유, 용적 임대, 지역 내 일자리, 생활 편의시설, 에너지 절약과 쾌적한 환경, 조립식 주택, 공동 이동 수단이라는 일곱 가지 카테고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상의 토지에 자신의 개념이 반영된 교외 고밀도 모델, 도심 초고밀도 모델을 적용시켜 하나의 구체적인 건축 모델로 만듭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지니고 있는 장점과 한계를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일반적인 일본의 주택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실험합니다. 작가는 목조 주택 밀집 지역의 지역사회권화라는 주제를 통해서, 일본에 실제 존재하는 지역에 자신의 개념을 적용시키는 작업을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도시의 가치를 키우는 상상력
  우리가 도시재생에 대해 고민할 때, 도시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점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야마모토 리켄의 지역사회권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고 살아왔던 주거 개념에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어쩌면 1가구 1주택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공동체로서의 주거’에 대한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한 근거들을 아주 치밀하고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고민은 어떠한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견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점, 그리고 당연하게 여겨온 주거 양식에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도시재생에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야마모토 리켄이 그랬던 것처럼 기발하고 전위적인 상상력으로 도시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자료>
1. 마음을 연결하는집_ 아마모토리켄_ 2014_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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