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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시재생

[ 웹진 1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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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 6개월의 아내와 화장품 가게에 들를 때면, 이렇게도 많은 화장품이 있다는 것에 감탄 하곤 합니다. 제 눈엔 다 똑같은데 아내는 어쩜 립스틱 마다 컬러가 다르다고 하는지요? “어떤 색깔이 제일 예뻐요?”라고 물어 올 때면, 뭐라 답해야 할지를 몰라 “어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예뻐요”라고 말하곤 질문을 또 할까봐 얼른 남자로션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이런 아내를 보면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미묘한 색깔까지 구분 할 수 있는지,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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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본인촬영

​  이처럼 아내만 보더라도 여성은 탁월한 섬세함과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단연 젊은 여성(20~39세)이야 말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패션과 트렌드를 앞서가는 집단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젊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만 있다면 그건 분명 다른 모든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에 도시재생이란 “젊은 여성이 가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을 만드는 목표를 지향해 나가야 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유명한 관광지가 됩니다. 최근 이효리씨가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제주도가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도 아마 이런 현상의 일종인 것 같습니다. 또한 젊은 여성이 모이는 도시는 으레 젊은 남성도 모이고, 거리마다 아이들이 넘쳐나게 되지요.


  이런 사실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도시화 경험을 한 일본에서 보다 연구가 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총무장관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는 그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젊은 여성 인구(20~39세)의 비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지방도시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젊은 여성이 살고 싶은 대구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대구시의 젊은 여성인구는 96년 이래 지속적으로 매해 약 3000명씩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대구시의 열악한 취업환경, 근로소득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고향인 대구를 등지고 서울이나 타지에서 생활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달 월급으로 100만원을 더 받더라도 월세비용, 교통비, 추가로 발생하는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타지에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20~39세 젊은 남, 여가 대구시를 등지고 떠나가는 선택을 하는 데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1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경우, 수도권 다음으로 비싼 아파트는 쉽사리 선택 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이 바로 다세대, 다가구 주택에서의 시작 일 텐데요.


  그런데 30년 가까이 대구시의 도심지 주택에서 살아온 저의 생각에는 이런 주택가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도심지에 가까운 주택밀집지의 경우에는 열악한 환경이 더욱 심하기만 한데요. 주택가에 살아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저녁 8시만 넘으면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몇 번이고 동네를 돌고 돌아 차 한대 겨우 지나가기도 힘들만큼 불편한 길을 운전해 30분이 넘게 걸려서야 겨우 주차를 하는 주차지옥, 하늘을 올려다보면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에선 20미터 마다 늘어선 전신주와 얽히고설킨 전깃줄과 통신선들이 시야를 가립니다. 게다가 집 근처 전봇대 주변에는 으레 집집마다 내어 놓은 쓰레기봉투들이 악취를 풍깁니다. 또한 경비아저씨와 전자출입문 등으로 든든한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의 밤은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쉽사리 잠들기 어려운데요…….


  그러니 젊은 남녀가 더 나은 주거지에서의 삶을 꿈꾸며 타지로 떠나는 것이나, 여성들이 교제를 할 때 남자의 주거지를 따지는 현상, 새신부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것에 누가 어떤 말을 쉽사리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대구광역시의 앞날과 더 나아가 도시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너진 주택가의 환경을 바로 잡고 올바르게 “젊은 여성이 살고 싶은 주택지”로 재생하는 일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대구시의 모든 주택지를 아파트로 개발할 수 없다는 현실과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볼 때 가장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인 대안이 도심지의 주택환경을 재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도심지의 주택환경을 재생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인 경제성을 가진 방법입니다. 그 이유는 기존 도심지 주택가는 주거환경의 4가지 요소 “안전성, 편리성, 쾌적성, 저렴한 주거비용”의 측면에서 볼 때 부족하긴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기본적인 4가지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차공간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기존에 도심지는 기존 인프라가 다 형성 되어있어 택지개발에 가장 큰 비용 지출을 수반하는 통신, 교통, 상가형성 등의 부분이 해소 되어있으며, 경찰이 정기적으로 행정구역을 나누어 순찰을 돌고, CCTV를 설치하는 등의 기본적인 안전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택지는 오피스텔과 주변 소형평형대의 아파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용”을 형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도심지의 주택가 재생에 있어 이제 고민해야 될 요소는 그 기준을 “1인 젊은 여성가구가 살기에도 충분히 안전한가? 충분히 편리한가? 충분히 쾌적한가? 충분히 저렴한가?” 라는 생각으로 끌어 올리는데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분명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젊은 1인 여성 가구를 만족 시킬 수 있다면 다른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최준영 / 자유기고가,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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